접종기관 확대되는데…"백신노쇼 대응 시스템 시급"

기사등록 2021/05/11 16:02:13

정부, 이달 말부터 접종기관 1만4000곳까지 확대

백신노쇼 늘어나면 개봉한 백신 폐기 많아질 우려

인력부족한 소규모 병의원 민원 응대에 업무마비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누적 367만4729명으로 전 국민의 7.2%, 2차 접종자는 누적 50만 6274명으로 전국민의 1.0%로 집계된 10일 오전 서울 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백신을 맞고 있다. 2021.05.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이달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기관을 대폭 확대하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선 실제 접종률을 올리려면 예약자가 접종 예약을 하고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신 노쇼'가 늘어나면 이미 개봉한 귀한 백신을 못 쓰고 폐기하는 사태가 심화될 수 있고,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동네 병·의원은 접종 대기자 명단을 만들고 민원 전화에 응대하느라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접종 속도를 올려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달 말 기준 1700개인 접종 위탁의료기관을 이달 말부터 1만4000곳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실제 접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 등 가짜 뉴스 등의 영향으로 인해 접종 현장에서 백신 노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접종 지침에 따라 AZ 백신은 한 병을 개봉하면 10~12명분을 6시간 안에 맞혀야 하는데, 접종 예약자 중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인원이 생기면 백신이 남게 된다. 결국 사용 가능한 시간 안에 대체할 접종자를 찾지 못하면 남은 백신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

백신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고 접종 비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일각에선 귀한 백신이 버려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소규모 병의원은 백신 노쇼가 늘면 이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지역예방접종센터는 별도의 인력이 예약취소에 대비해 대체 접종자 명단을 미리 준비한다. 하지만 소규모 병의원은 인력도 적을 뿐 아니라 일반 환자도 진료해야 해 쉽지 않다.

11일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접종 예약자가 연락도 없이 안 오면 대체 접종자 명단을 만들어 일일이 다 전화를 해봐야 하고, 안 되면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폐기 건이 많으면 병의원에 책임을 묻기 때문에 백신 노쇼에 대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원하면 노쇼 백신 대기자 명단에 올려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신 잔여량이 얼마나 되냐", "내 차례는 언제 오느냐"는 등 민원 전화도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한다. 접종 대기자는 대기자대로 접종 위탁의료기관을 찾아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연락을 기다려야 해 불편하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1차병원(동네 병의원)은 종합병원과 달리 인력이 많이 부족해 백신 노쇼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은 처음이어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장과 소통해 문제점을 수시로 확인하고 대기자를 접종기관별로 탄력 재비치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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