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측, 주거침입죄 혐의로 13일 고발장 제출
"아파트 측 처벌 원한다는 신고…절차대로 조사"
택배노조, 오후 규탄 기자회견…"참으로 너무해"
"광고 얼마나 붙어있나…전단지로 고발이라니"
택배노조, 1일 대의원회의서 총파업 여부 결정
28일 서울 강동경찰서와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측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아파트 측으로부터 112 신고를 접수했다. 고발인은 아파트 측 보안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택배기사 2명이 집 앞에 인쇄물을 붙인다는 이유로 처벌을 원한다며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택배기사들은 노동 현실을 입주민에게 알리는 호소문을 작성해 집집마다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택배기사 2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서 처벌을 원한다는 신고가 들어와 절차대로 조사할 방침"이라며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택배노조 측은 이날 오후 1시 강동경찰서 앞에서 아파트 입주민과 경찰을 향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경호 택배노조위원장은 "이번 고발은 보편적·사회적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정말 갑질의 끝판을 보여주는 의미로 규정하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있고, 그 전단지를 붙인 모든 분들이 주거침입이라는 어마어마한 범법행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이제 택배노동자들의 분노를 모아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발을 당한 택배기사도 마이크를 잡았다.
정창만 택배노조 조직국장은 "어떻게든 한 분이라도 저희의 호소를 들어줬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에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유인물 한 장 건네는 것이었다"며 "주민분들 나올 때 맞춰서 아파트에 들어가 옥상부터 집집마다 하나씩 꽂으며 내려왔다"고 떠올렸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살면 알겠지만 우편함과 집 앞에 얼마나 많은 상업 광고들이 붙어있나"라며 "심지어는 대출하겠다는 광고도 엄청 붙여져 있다"고 했다.
이어 "상업 광고보다 훨씬 절박하고 공익적인 전단지 하나 붙였다고 고발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경찰을 향해서도 "(피고발인을) 소환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경찰) 직권으로 조사 가치도 없으니 무혐의 처리하면 될 것을 택배기사들까지 신속하게 소환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되물었다.
택배노조는 다음 달 1일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투쟁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 높이가 2.3m라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차량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 택배차량의 높이는 2.5~2.7m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단지 지상도로에서 손수레를 이용해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사비로 저탑차량으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행동을 '갑질'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조치와 요구사항이며 결정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의견은 배제됐다는 것이다.
아파트 측에서는 1년 전부터 택배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를 알리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지난 1일과 14일 이 아파트 후문 입구에 물품 1000여개가 쌓이는 '택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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