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접종 강요 논란..."맞겠다는 사람 먼저 맞게, 빠른 대상 전환도 방법"

기사등록 2021/04/28 06:00:00

27일 사회필수인력 접종동의율 65.4%

"안맞겠다는 사람 설득에 에너지 쓰느니..."

"부작용 땐 확실한 보상 있어야 신뢰 제고"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세종시 나성동의 한 병원에서 경찰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을 받고 있다. 2021.04.26.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임재희 기자 = 사회 필수인력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한 경찰서 서장이 백신 접종을 종용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방법으론 반발만 더 키울 수 있다며 이상반응이나 부작용 발생 시 치료 지원 약속 등 신뢰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악화 우려가 적은 젊은 층보다 접종 이익이 월등히 큰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예방접종을 집중하는 것도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으로 접종 대상 사회필수인력 17만7273명 중 접종예약자는 11만5898명으로 예약률이 65.4%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경찰관에게 백신을 강제로 맞으라고 압박하는 동대문경찰서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26일 게시됐다.

작성자가 공개한 문서에는 "기저질환 및 알레르기 등 반응이 있거나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있어서 못 맞겠다고 하는 분 아니면 다 맞도록 합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개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선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매우 드문 혈전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알려지면서 한국도 영국처럼 30세 미만에는 접종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선 26일 0시 기준 전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131만3123명 중 20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1명이 해당 백신 접종 이후 뇌정맥동혈전증 진단을 받고 예방접종과의 인과성도 인정됐다. 발생률로 계산하면 1000만명 중 8명꼴이다.

[밀양=뉴시스] 안지율 기자 = 경남 밀양시는 27일 오후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마련된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75세 이상 어르신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2021.04.27. alk9935@newsis.com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경찰·해양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도 26일 접종을 본격화하면서 30세 미만은 제외됐지만 일부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접종을 강제하기보다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접종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족력이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접종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인사고과에 영향을 줄까 봐 위험하지만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백신은 개인의 건강을 위해 개인이 선택하는 건데 집단면역을 위해 맞으라는 개념으로 하면 일부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접종 후 한 달 이내에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이유를 불문하고 검사비,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지원금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의 불신을 해소하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이 온 40대 간호조무사 사례가 알려진 이후 정부는 부작용을 확실하게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접종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 발생 시,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에 따라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보상을 신청하더라도 인과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상을 받기 어려워 포괄적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고 모든 국가에서 보고된 이상반응 동향을 가지고 피해보상 범위에 대해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뉴시스] 이민우 기자 = 2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 한 병원에서 박종민(35) 소방관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2021.04.27. lmw38337@newsis.com
일각에선 국민에게 백신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접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선택권 부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접종 대상부터 접종해 고위험군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지켜내려면 국내 백신 공급 일정에 따라 시급한 대상부터 신속히 접종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청장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3분기에도 백신 선택권을 보장해 본인이 희망하는 백신을 맞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백신 종류와 접종기관, 특성에 맞는 적절한 접종 대상자를 매칭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젊은 층에 대한 설득에 집중하기보다 미접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을 부작용 대비 이익이 월등히 큰 고령층에게 빨리 접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백신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며 "안 맞겠다고 하는 사람을 설득하느라 에너지를 쓰기보다 이미 확보된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들에게 빨리 전환해서 맞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30세 미만 연령층에 접종 예정이었던 백신 물량을 65세 미만까지 조기 확대해 접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애초 만 65세~74세 일반인 접종은 5월 중, 18~64세 일반 성인은 하반기에 접종 대상이었으나 이 시기를 고령층부터 앞당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정은경 청장은 "30세 미만 약 64만명분의 백신 물량이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험과 이득에 대한 분석결과 고령층일수록 이득이 훨씬 상회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면서 "고위험군인 점들을 감안해서 연령층을 확대해서 백신 접종계획 변경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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