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 검토 지시
식약처, 사용 국가 대상으로 안전성 정보 수집
'혈전 논란' AZ·얀센과 같은 바이러스벡터 백신
"아데노바이러스가 과잉 면역반응 일으킬수도"
당국, 유럽 허가 여부 따라 도입 논의 시작할 듯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정부가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여부 검토에 착수하면서 이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백신이 희귀 혈전증 논란이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나 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어서 유사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 중인 러시아 등 12개국을 대상으로 백신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 백신으로 현재 러시아를 비롯해 알제리, 아르헨티나, 인도, 이란, 이라크, 필리핀, 베트남 등 58국이 사용을 승인했다.
식약처는 스푸트니크V의 안전성 정보 수집은 단순 모니터링 차원이고, 본격적인 허가 심사를 위한 절차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참모들에게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는 최근 AZ와 얀센 백신 부작용 논란에 따른 사용 제한, 화이자·모더나 백신 도입 지체 등에 따른 백신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V는 임상시험에서 예방 효과가 91.6%로 나타나 현재 나와 있는 백신 중 화이자(95%)와 모더나(94.1%)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줬다.
러시아 연구팀이 지난 2월 의학저널 '랜싯'을 통해 공개한 임상 중간결과를 보면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은 백신 투여군 1만4964명, 위약 투여군 4902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94%의 이상반응은 경미했다. 중증 이상의 이상 반응은 백신군에서 45명(0.3%), 위약군에서 23명(0.4%)가 발생했고 백신과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스푸트니크V가 최근 부작용 논란을 겪고 있는 AZ와 얀센 백신과 같은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인체에 해를 주지 않도록 처리한 바이러스(벡터)에 코로나19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가면 세포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읽은 뒤 항원 단백질을 합성하고, 이 항원 단백질이 코로나19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스푸트니크V와 AZ, 얀센의 백신은 모두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한다. AZ와 얀센의 백신은 최근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희귀 혈전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됐는데 일각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과잉 면역반응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벡터는 다른 연구에서도 자가면역질환 등의 사례가 있었다"며 "아데노바이러스가 과다 면역반응을 일으켜 혈소판을 응집시키는 항체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희귀하지만 아데노바이러스가 혈전과 관련해 그런 영향을 만드는 것은 기능적으로 가능하다"며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백신도 그런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V를 도입하더라도 이같은 부작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만약 러시아 백신도 AZ 백신처럼 젊은 연령층에서 집중적으로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V는 국내 생산도 예정돼 있다. 휴온스글로벌은 지난 16일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위한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휴온스글로벌은 백신 생산 기술을 도입해 오는 8월 시생산에 들어가고 월 1억회분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스푸트니크V 도입을 위한 계약을 추진 중인 단계가 아니고 안전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의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 도입 여부는 유럽 당국의 허가가 내려진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반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스푸트니크V에 대해 허가와 검증 절차가 병렬적으로 일어나서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아는데 상세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외국의 허가 사항도 참고하겠다"면서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