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아무튼출근→잡동산 인기
작위적이지 않고 공정성 확보 관건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시사교양 프로그램 KBS '체험 삶의 현장'은 '직업 예능'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방송되며 시청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후 연예인들이 다른 직종의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tvN '오늘부터 출근'(2014), KBS2 '투명인간'(2015), ' JTBC '해볼라고'(2019), 채널A '비행기 타고 가요'(2019)는 모두 '체험 삶의 현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 했고, 결국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지 못 했다.
하지만 '직업 예능'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MBC '아무튼 출근!'(아무튼출근)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이 호응을 받고 있다. 또 강호동을 MC로 내세운 채널S의 '잡동산'도 인기를 타고 있다.
'직업 예능' 흥행 요인?…'연예인 체험' 버리고 '비연예인 삶 엿보기'로
이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직업 예능과는 다르다. 연예인들의 체험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진짜 직장인의 출연을 통해 평범한 삶을 비춘다.
'아무튼 출근'을 연출한 정다히 PD는 "요즘 시청자분들은 연예인들이 짜고 치는 듯한 겉핥기식 체험에 (재미를 못 느낀다.) 이제는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져서 금세 (가미된 연출을) 눈치챈다. 이는 기존 직업 예능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저 조차도 '나 혼자 산다', '진짜사나이' 등 연예인 관찰프로그램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을 관찰하는 게 지겨움이 살짝 생기더라. 실제 직업인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유 퀴즈'와 '아무튼 출근'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 이외에 대중에게 익숙치 않은 직업의 세계까지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퀴즈' 게스트들은 아주 오랫동안 천착해서 일을 한 경우도 있고, 특별한 계기에 (다른 직업을 찾아) 삶을 반전한 분들도 있다. (이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한 직업관에 대한 발상의 전환 계기를 줄 수 있다. 직업에 대해 전형적으로 가진 생각과 관념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양-예능 간 균형과 섭외 과정, 최대 난제이자 지속성·지향점과 직결
다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의 범주에서 직업을 다루는 만큼 시청자들이 봐야 할 이유와 재미를 줘야 한다는 점은 제작진이 가지는 최대 난제다. 이는 동시에 프로그램의 지속성과도 연결된다. 제작진이 예능적 연출을 더할수록, 프로그램의 제작의도와 달리 흘러가며 시청자의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다히 PD는 "시청자들에게 '저 사람을 TV에서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만족을 줘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아무튼 출근'의 경우 현재로서는 '직업관'이 투철한 사람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형성을 벗어난 직장인의 모습도 보여주며 시청자의 흥미 요소를 더하고, 생각할 지점도 던져주겠다는 계획도 하고 있다.
정 PD는 "직업관이 뚜렷한 분들을 섭외한다. 무조건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어야 하더라. 그런분들은 엄청나게 직업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또 "오늘(20일) 같은 경우는 '신(新)직장인'이라는 콘셉트로, '아웃라이어' 캐릭터가 나온다. (카드회사 대리 이동수씨는) 남자 직원인데 승진을 마다하고, 육아휴직을 간다. '안식월 제도'가 생기자마자 1호로 쓰고, 사장님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도 했다.
정 PD는 "TV에 출연해서 기꺼이 자기 얘기를 해야 하는데 일반인이다 보니 (섭외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방송계 관계자는 "'하트시그널' 출연진이 나온 건 화제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일반인이 예능에서 웃긴 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경우 비연예인을 통해) 들을 만한 얘기, 볼 만하고 신기한 그림들을 그려야 한다. 화제성 있을 만한 '연반인'('반연예인'이라는 뜻으로, 연예인 만큼 유명한 비연예인을 가리킴) 데려오고, 잘생기고 예쁜 출연자를 뽑는 게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가 스펙터클한 시대다. 아무래도 잔잔하게만 가서는 시청률과 수익성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교 스멜(냄새·느낌)과 예능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들 사이에서 니시(niche·틈새) 포인트를 잡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수익성 확보가 관건일 것 같다. PPL(방송에 자연스럽게 삽입되는 간접광고)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좇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길이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봉 교수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익성을 위해 '섭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유 퀴즈'는 아쉬운 점은 성공한 사람만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실패한 사람을 부르면 어떨까.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너무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만 보여 주면,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유퀴즈'의 본래 제작의도처럼 평범한 사람도 나왔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있는 사람,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쩌다출근'에 대해서는 출연진의 섭외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출연자를 찾을 때 재미적 요소를 고려할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출연자를 찾을 것이다. (이에 치중하다 보면) 공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섭외 부분이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참여로 신청자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송에서 다루는 직업이 기업의 홍보 협찬을 받는 경우, 작위적인 연출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자연스럽게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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