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외럽팡 방송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오후에 200여 명의 프랑스 최고위 관리들을 화상회의로 불러모은 자리에서 프랑스 명문 중 명문 대학인 이 국립대학을 완전히 없애버릴 것임을 공표한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1945년 창립했던 이 학교는 졸업한 즉시 고위 관리 및 실업계 중직으로 임용돼 프랑스 젊은이들의 선망의 적이 되었으나 현대판 귀족 계급 양성소로 폐쇄적, 배타적이고 혁신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마크롱은 취임 1년 반 뒤인 2018년 말 노동유연화 및 '철밥통' 연금 개혁을 시도했으나 서민을 상징하는 '노란조끼' 부대의 격렬한 반대 시위에 직면했다. 2019년 4월 이들과의 토론에서 노란조끼들이 ENA 및 '에나크'로 불리는 이 학교 출신 엘리트들에 대한 강한 반감을 쏟아내자 폐교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약속을 지키는 것인데 2017년 만 37세로 나폴레옹 다음으로 젊은 나이에 프랑스 국가원수가 된 마크롱 자신도 이 ENA 출신이다. 지난해 사망한 쥐스카르 데스텡 및 자크 시락 전 대통령도 나왔으며 마크롱이 밑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마크롱의 총리들인 전임 필리프 에두아르와 현 장 카스텍스 역시 국립행정학교 출신이다. 서방에서는 드물게 독재국가들이 모방하기 쉬운 강력한 대통령제의 프랑스는 그랑드 에콜의 엘리트 국립대학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ENA가 가장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면 출세길이 가장 훤히 열린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대학에 다니다 이곳으로 다시 오는 젊은이들 수가 엄청나지만 한 해 졸업생은 많아야 90명이며 지금까지 프랑스인 졸업생은 5600명에 그친다.
마크롱은 올해 2월 낭트에서 에나크 등에 대해 "우리 공화국의 어떤 아이도 '나를 위한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회적 이동의 건설적인 사다리가 아닌 전근대적인 초고속 '소셜 엘리베이터'로 전락한 ENA를 약속대로 없애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마크롱은 내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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