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기다리는 신약…9천억 시장 '아이러니'

기사등록 2021/04/07 11:00:42 최종수정 2021/04/07 11:03:16

위식도역류질환 제약사, P-CAB 신약 대웅 '펙수프라잔' 출시 기다려

유일한 피캡으로 시장 석권한 '케이캡' 견제 기대

시장 격변…피캡 도화선·라니티딘 사태 반사이익

의료진 “피캡, 가장 강력한 산분비 억제…PPI 대체 않고 공존”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연 9000억원 규모의 치열한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를 가진 제약기업들이 경쟁사의 경쟁 신약 출시를 기다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들 중에선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 신약 ‘펙수프라잔’이 이노엔(inno.N·한국콜마 자회사) ‘케이캡’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고, 국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펙수프라잔은 지난 2019년 11월 품목허가 신청 후 현재 식약처의 허가 심사 중이다.

적으로 적을 물리친다는 ‘이이제이’ 전략으로 피캡(P-CAB) 독점 시장을 형성한 케이캡을 견제하겠다는 기대다.

대웅 펙수프라잔은 이노엔의 케이캡과 동일한 작용 기전을 가진 새 제제다.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피캡(P-CAB)이다. 케이캡 출시 전 시장을 장악하던 PPI가 위산을 분비하는 수용체(프로톤 펌프)에 화학적으로 붙어 수용체 기능을 떨어뜨리는 원리라면, 피캡은 경쟁적으로 수용체에 결합해서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을 분비를 억제한다. 식사 30분~1시간 전에 복용하는 PPI와 달리 피캡은 식사와 상관없이 먹을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 후 2년 만인 지난해 725억원 실적(유비스트 원외처방액 기준)을 내며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피캡 출시 전 오랫동안 이 시장의 대세였던 PPI 제품들과 격차를 냈다. PPI인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 446억원, 한미약품 ‘에소메졸’ 406억원, 일양약품 ‘놀텍’ 352억원, 대원제약 ‘에스원엠프’ 202억원, 일동제약 ‘라비에트’ 160억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피캡과 PPI가 경쟁 체제이지만 두 약물의 쓰임은 구분된다”면서 “그런데 피캡 시장은 현재 케이캡의 독점 시장이므로 견제할 영향력이 필요하다. 펙수프라잔은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케이캡과 유사한 약으로 보고 있어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경쟁약물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는 “PPI도 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라베프라졸 등 종류가 다양하듯 피캡 역시 같은 기전이라도 약에 따라 효과·안전성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며 “또 환자에 따라 A약엔 부작용을 보이지만 B약엔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격변…피캡 도화선·라니티딘 사태 반사이익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격변 중이다. 피캡의 등장이 도화선이 됐고 2019년 9월 이 질환에 쓰이는 라니티딘 성분에서 발암 추정물질이 검출되며 269개 품목이 판매중지 되면서 판도 변화를 부추겼다.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들의 판매중지로 PPI 제품이 반사이익을 봤다. 라니티딘이 속한 H2블로커 시장이 일부 PPI 시장으로 변동한 것이다.

PPI 제제인 넥시움은 작년에 원외처방액이 전년 보다 7.1%, 에소메졸은 12.3%, 놀텍은 7.9%, 에스원엠프는 14.2%, 라비에트는 10.9% 늘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라니티딘 사태 이후로 일부 H2 블로커 약물의 처방이 PPI로 전환되며 PPI와 피캡 시장이 같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피캡, 가장 강력한 산분비 억제…PPI 대체 않고 공존"

의료진은 피캡이 PPI를 대체하기 보단 환자 상황과 위중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명규 교수는 “피캡은 가장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제로서 강력한 산 분비 억제가 필요한 사람, 특히 PPI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에 장점이 많은 약”이라며 “그렇다고 위산 분비 조절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 가장 좋은 약은 아니다. 위산 분비가 적절히 조절되는 환자엔 PPI가 의사에 더 익숙하고 용량 조절도 자연스럽다. 피캡은 아직 용량이 다양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산은 우리 몸에서 음식 소화와 살균 작용을 하기에 장기적으로 억제하면 위산 고유 기능이 떨어져 다른 우려가 생긴다”며 “피캡을 장기적으로 쓰긴 어려워 PPI를 대체할 순 없다. 피캡, PPI, H2블로커 등이 공존하며 필요에 따라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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