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칼에 죽임' 협박한 외국인 "佛참수사건 몰랐어"

기사등록 2021/04/02 19:20:06 최종수정 2021/04/02 19:23:14

프랑스 대사관 협박 전단지 부착 혐의 3차 공판

"무슬림에 나쁜 이야기하는 마크롱에 경계 의미"

"당시에는 佛대사관 직원들 위협 생각 안했었다"

[테헤란=AP/뉴시스]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지난해 10월 29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만평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2020.10.29.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주한 프랑스 대사관 담벼락에 '무슬림을 무시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협박성 전단지를 부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외국인이 3차 공판에서 전단지 부착 전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에 의한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이 발생한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 1단독 이승원 부장판사는 외국사절 협박 혐의를 받는 러시아인 A(26)씨와 키르기스스탄인 B(26)씨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3차 공판에선 A씨 신문이 순차통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A씨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슬람 때문에 프랑스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며 "마크롱 대통령 본인이 한 말의 잘못을 인정하는 걸 촉구하기 위해 대사관 벽에 (전단지를) 붙였다"고 떠올렸다.

다만 전단지 부착 때까지 프랑스에서 발생한 여교사 참수 사건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16일 프랑스 파리에선 중학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 풍자 만화를 보여준 뒤 길거리에서 무슬림 청년에 의해 참수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A씨는 "구속됐을 때에야 그 사건이 있었는지 알았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항상 무슬림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경계의 의미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1월 1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 담벼락에 협박성 전단 4장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A4 용지 크기의 이 전단에는 '무슬림을 무시하지 말라(한글)', '우리의 종교를 파괴하지 말라',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는 자, 그 칼에 죽임을 당하리라(영어)' 등의 문구가 적혀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마크롱 얼굴에 신발자국과 함께 빨간색으로 'X' 표시를 그린 전단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신문에서 "(전단지 속 문구는) 제가 썼다"면서도 번역기를 돌려 해당 문구들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또 "대사관에 벽보를 붙인 것은 프랑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이라며 "당시에는 대사관 직원들이 위협을 느꼈다고 생각 안 했는데 지금 보니 프랑스 참수 사건도 있어서 그분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도 지난 1일 반성문을 제출했다.

B씨에 대한 신문은 오는 16일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