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교통 전문가' 권용복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 2460명까지 감축 목표"
3대 취약 분야인 보행자·이륜차·화물차 선제 대응
4월17일 보행자 중심 '안전속도 5030' 본격 시행
보행자 사망 사고 OECD 평균의 2배…갈 길 멀어
이륜차 사고 예방위해 공익제보단 5천명까지 확대
"음주운전 원천방지 대책 필요…음주시동잠금장치"
드론 운행 환경 조성 위한 종합안전관리체계 마련
공단 설립 40주년…자율차·드론·빅데이터 적극 추진
지난달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물류정책관, 항공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교통 전문가다.
권 이사장은 "운전 습관이나 안전 습관이 금방 바뀌는 게 아니라 쉽지 않겠지만 교통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보행자 중심의 안전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정착시키는 데 온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전속도 5030'은 차량 주행속도를 도심부 주요 도로는 시속 50㎞, 이면도로는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로 다음 달 1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행자 중심의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준비해온 정책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7년 4185명에서 지난해 3081명으로 줄었다. 연평균 감소율이 9.7%다.
그럼에도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5.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6명(2018년 기준)보다 많다. 전체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40% 정도로 OECD 평균(20.5%)의 두 배에 가깝다.
'안전속도 5030'의 빠른 정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권 이사장은 "보행자를 위한 교통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국민들의 참여와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상에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는 없다'는 생각으로 국민들이 적극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대한민국의 교통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내 유일의 종합 교통안전 전문기관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해 교통안전 수준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진국일수록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전하고 행복한 교통환경을 구축해 교통안전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작년에 추진한 범정부 차원의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사업의 성과는.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81명으로 전년보다 8% 줄었다. 3000명대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에 26위에 불과하다. 특히 보행자 사망 사고는 다른 OECD 국가의 2배 수준이다.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는 20% 줄어든 2460명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도심부 차량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 생활도로는 시속 30㎞ 이하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이를 통해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를 확산하고 보행자 사고를 줄려 나가려고 한다. 올해 공단은 교통안전 3대 취약분야인 보행자, 이륜차, 화물차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륜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익제보단을 5000명으로 확대하고 운전자 자격요건 정립, 교육이수를 통해 관련업계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보행자 안전속도 5030정책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 조사결과 약 78%가 5030정책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2019년 조사 때 40%였던 것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많이 상승했지만 속도를 조정해서 과속 단속을 하는 것에 대한 반감과 통행시간 증가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도 있는 것 같다."
-이 정책의 기대효과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차량 중심의 이동성이 강조됐던 교통환경에서 사람 우선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빠른 이동성보다 안전의 가치를 우위에 둔 정책이다. 효과 분석을 위해 전국 68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더니 교통사고 건수는 13.3%, 사망자수는 63.6% 감소했다. 또 차량속도별 보행자 충돌실험 결과 충돌속도가 50㎞/h일 경우 60㎞/h 보다 중상 가능성이 20%포인트(p) 감소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오히려 차량 소통이 좋아지면서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3.3㎞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도심 주행속도를 제한했을 때 출퇴근 차량의 평균속도가 증가한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데.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실증연구를 했는데 평소 교통량이 적고 속도가 높았던 심야 시간의 경우 평균 주행속도가 감소한 반면 교통량이 많고 정체가 발생하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오히려 주행속도가 소폭 증가했다. 운전자들이 불필요한 차로 변경을 줄이고 제한속도를 지킴으로서 교통정체가 최소화되고, 교통신호 현시도 최적화되어 신호대기 시간이 감소하면서 평균 주행속도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자 중심의 문화 정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참여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교통안전 수준은 사회 규범이나 경제적 요인, 문화적 요인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복합 지표라 할 수 있다.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과 단체, 지자체 등의 협업이 필요하며,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세상에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는 없다. 속도를 줄이는 등 보행자를 위한 교통정책이 운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불편함을 조금 감수한다면 내 가족과 우리 이웃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끊이지 않는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가.
"작년 음주운전 사망자는 287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9.3%를 차지했다. 특히 2019년 경찰백서에 따르면 적발자 중 재범률이 44%에 달했다. 3회 이상 적발자 비율도 2018년 기준 19.0%로 나타났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처벌기준이 강화됐지만 처벌수위 강화와 단속만으로는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단속과 처벌을 통한 사후적 처방과 함께 사전적으로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게 있나.
"지금까지 음주운전 방지를 위해 주로 음주운전자 교육, 단속, 처벌 등 운전자 중심으로 관리해 왔다. 이에 따라 재범률이 높고, 적발률이 낮아 음주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시동잠금장치, 특수번호판 등의 자동차 중심 대책은 처벌이나 단속 강화의 한계를 보완해 사전적으로 음주운전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음주시동잠금장치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프랑스 등에서 운영했고 여러 국가에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 장치는 운전자 호흡을 분석해 혈중알코올농도 초과 시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 면허정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람에게 의무 부착하거나 장치 장착을 조건으로 정지기간을 감경해주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대만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적용해 특수번호판을 통해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만은 음주운전 재범자에게 노란 형광색 번호판을 장착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 오하이오주는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의 번호판을 장착하도록 했다. 음주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줄 뿐 아니라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를 주변 시민과 단속 경찰이 식별할 수 있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가 있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기술적인 안정성과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검토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1인 시대에 발맞춰 등장한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규제와 사고대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최근 3년간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244건에서 2019년 876건으로 연평균 90% 증가했다. 특히 개인형이동장치의 특성상 치사율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용자 91%는 안전모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13일부터 도로교통법이 시행돼 원동기 면허나 운전면허가 없는 경우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또 2인 탑승, 안전모 미착용, 등화장치 미설치 등 개인형이동장치에 대한 제재도 가능해진다. 속도도 시속 25㎞ 미만으로 제한된다.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명확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관리방안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시대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륜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작년 이륜차 사망자 수가 5.4% 증가했다. 배달 이륜차의 경우 건당 수수료 수익구조에 따른 무리한 운행이 많다. 신호 위반, 과속, 보도침범 등 난폭운전과 핸드폰 사용 등 부주의한 운전이 사고원인이다. 배달 이륜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공익제보단을 확대해 배달 이륜차 운전자들이 법규위반 운전에 대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또 배달업계 종사자, 배달 차량, 교통사고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러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륜차 배달 종사자들의 면허보유, 음주경력 확인, 안전교육 이수 등의 자격제도를 도입해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는 교통안전 체험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배달 이륜차용 운행기록 시스템 장착을 통해 안전 운행 운전자는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위험 운전자는 자격정지 패널티를 부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수소차 시대도 본격화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도 사업 영역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내연기관 차량이 일반적이지만 2030년이면 3대 중 1대는 미래차가 될 것이다. 전기차나 수소차의 검사 방법은 일반 차량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비해 검사소의 역량을 높여 대비할 계획이다. 미래차 안전성 확인을 위한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를 작년 8월 완공했고, 친환경자동차의 안전관련 장치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장비를 개발해 활용 중이다. 이 역시 민간으로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드론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단이 준비하는 사업이나 목표가 있다면.
"정부는 작년에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5년 드론택시와 같은 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권역 30~50㎞의 단거리 비행을 목표로 하는 UAM이 상용화되면 승용차가 1시간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도로교통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공단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안전한 드론 운행 환경 조성을 위해 제도, 인프라, 인력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안전관리의 첫 시작점인 기체신고 업무를 공단이 담당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드론 조종자격 차등화를 시행해 안전한 드론 운영환경 조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올해 7월 공단 설립 40주년이 된다. 어떤 계획이 있나.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공단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해 더욱 성장하는 최고의 공공기관을 만들겠다.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공단의 자율차, 드론, 빅데이터 분야는 비대면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사업이다. 환경, 통신, 데이터라는 새로운 변화의 중심이 되는 이 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공단의 성장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고 관련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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