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도 명령체계 있다…대법 "분대장 비난하면 상관모욕"

기사등록 2021/03/29 06:01:00

군복무 시절 소대장·분대장 모욕 혐의 기소

1·2심, 분대장 모욕 무죄…"병사, 상관아냐"

대법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같은 병사여도 분대장은 분대원에게 있어 상관이므로, 그를 비난하면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같은 부대의 분대장이었던 B상병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육군 상병이었던 A씨는 부대원 사격성적 미달로 훈련을 실시한 것에 불만을 표하며, 분대장 선임이었던 B상병에게 '너 때문에 훈련하는 것 아니냐, 분대장이면 모범을 보여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A씨는 소속 부대 상관인 C중위를 모욕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유격훈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C중위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대장이 아픈데 쉬지도 못하게 한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일로 진술서를 쓰게 된 A씨는 C중위의 면전에 진술서 용지와 펜을 집어 던지고 '아침부터 시비 걸어 사람 아프게 하고, 진술서를 쓰라고 한 건 완전 시비 거는 것이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도 있다.

1심은 "A씨는 상관을 공연히 모욕해 군기를 문란하게 했고 C중위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이미 제대해 재범 가능성이 없다"며 징역 6개월의 형을 선고유예했다.

B상병을 모욕한 혐의에 관해서는 병은 상호대등한 관계이며 분대장을 상관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2심은 A씨의 언행이 모욕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유격훈련 참가 여부에 관해 언쟁을 하던 중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언행을 함에 있어 경어를 사용했고 욕설이나 반말은 사용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가 B상병을 모욕한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병 상호 간에는 명령이나 지시가 이뤄질 수 없지만, 분대장은 명령을 할 수 있는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사실상 상관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부대지휘 및 관리, 병영생활에 있어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라며 "분대장은 분대원에 대해 명령권을 가진 사람 즉 상관에 해당하고, 이는 분대장과 분대원이 모두 병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상병은 분대장으로서 분대원인인 A씨에 대해 상관의 지위에 있었다"면서 "원심은 병인 분대장은 상관모욕죄의 상관으로 볼 수 없다고 잘못 판단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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