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인간이 아니면서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돌아보는 장편소설 '인간의 법정'이 출간됐다.
'인간의 법정'은 2018년 추리 소설 '리셋'으로 주목받은 법학자이자 법조인, 영화제작자인 조광희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SF철학소설로, 작가가 오래도록 고민해온 인간과 생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인공언어 개발자 '시로'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주는 회사를 알게 된 뒤 자신과 동일하게 제작된 '아오'를 마주하게 된다. '시로'는 본래 자신과 잘 맞는 동료를 만나고 싶었지만 막상 '아오'를 마주하자 잘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존재하지만, 인공지능에는 없는 '의식'을 심어주게 되고, '아오'는 주인에게 복종하게 되어 있는 알고리즘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의식을 얻은 안드로이드들은 인간 중심 사회에서 연대를 시도한다. 이러던 중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는 법정 다툼으로 번진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의 선택에 의해 의식을 갖게 된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재판을 소재로, 세상에서 약자 입장에 놓인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상완 카이스트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은 추천사에서 "의식을 가진 로봇이 AI판사에게 재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법 체계와 인간 존재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는 기억으로 구성되는가. 자아를 인식하려면 외부세계의 인지가 필요한가. 기억을 매개로 인지와 인식을 충돌시키는 독특한 전개 방식은 인공지능이라는 이야깃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도 "자아인식에 관한 '고전적 질문'의 경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던지면서 한국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먼 소설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48쪽, 솔,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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