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에 5·18 계엄군 폭력 빗대
5·18단체·시민사회 "작가 교체, 재발 방지책" 요구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장면을 끌어들여 정부 부동산 보유세 인상 정책을 비판한 대구 매일신문의 만평을 두고 각계의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5·18단체가 해당 신문사에 진심 어린 사죄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대구 매일신문의 만평 게재는 5·18의 깊은 상처를 덧내는 무책임한 행위다. 매일신문은 진솔한 사과·반성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천주교 대구교구가 소유한 대구 매일신문은 지난 18일 자사 누리집과 19일 자 26면에 5·18 당시 계엄군이 한 시민을 둘러싸고 진압봉으로 내려치는 장면을 그린 만평을 게시했다.
건강보험료·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의인화된 계엄군이 시민을 마구 때리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얼굴을 손으로 가린 시민 옆에는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이라고 쓰였다.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을 고가 주택을 소유한 이들과 동일시하는 경솔한 시각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신문사 처벌' 청원 글이 게시됐다.
매일신문은 논란이 불거지자 20일 누리집에서 만평을 삭제했고, 21일 입장문을 냈다.
매일신문은 "정부의 부동산·조세 정책을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으로, 광주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 그 아픔도 함께하려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행을 동일시해놓고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해명은 5·18에 대한 멸시·모욕이자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더 거세졌다.
5·18단체는 "만평 작가를 옹호하고 변명만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지부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생생할 폭력적인 장면을 끄집어내 정권 비판의 도구로 삼는 것은 5·18 피해자·유족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매일만평은 지난해 8월 23일 자에도 계엄군이 시민을 폭행하는 모습의 사진을 인용하기도 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의 토대이자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지만,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교황청과 국내외 언론에 매일신문 활동을 공유하고 바른 언론의 역할을 묻겠다"며 진심 어린 사과와 만평 작가 교체, 재발방지책 마련을 거듭 요구했다.
대구 시민사회도 "5·18을 모욕하고 희화화한 반인권적 만평이다. 무고한 국민을 학살한 과거 전두환 군사 독재정권을 정부 비판의 도구로 악용했다는 점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며 오는 23일 해당 신문사 앞에서 작가 퇴출과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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