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리는 野단일화…오세훈·안철수 '양보 쇼'

기사등록 2021/03/19 20:19:38 최종수정 2021/03/19 23:25:03

'이랬다가 저랬다가' 혼란을 거듭한 野단일화

안철수 "김종인·오세훈 제시안 받아들이겠다"

安측 "경쟁력+유선전화 방식으로 진행할 것"

吳측 "이야기가 달라…경쟁력+적합도+유선"

安, 마지못해 양보…"다 수용한다, 만족하나"

吳도 타협안 제시해…"무선전화 100% 수용"

서로 양보했지만…단일화 협상은 진행 안돼

감정 상한 野 단일화 협상단…"쇼 하지 말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 수용 기자회견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야권 단일화 협상이 19일 하루 동안 혼란에 혼란을 거듭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요구사항을 "모두 다 수용하겠다"고 하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안 후보 측이 주장한 무선전화 100% 여론조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협상 타결은 아직 미지수다.

안철수 "오세훈·김종인 요구 수용…22일까지 단일화"
앞서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김종인 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며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감수하겠다"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번 주말 여론조사에 착수하면 22일까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일화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날이 아닌 25일 공식 선거운동일부터 단일후보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후보 회견 직후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브리핑 내용이 알려지면서 야권에는 혼란이 시작됐다. 이 총장은 안 후보 측 실무협상단을 이끌고 있다.

이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제일 요구하는 것은 유선전화를 포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유선전화를 포함시켜달라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저희에게 제시한 방안은 가상대결이 아닌 경쟁력 조사를 하고 거기에 유선전화 10%를 포함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 수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photo@newsis.com
오 후보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10% 반영을 전제로 여론조사업체 2곳이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경쟁력'과 '적합도'를 조사한 다음 합산하는 방식이다.

안 후보 측이 언급한 것은 조사 방식은 같지만, 기호와 당명을 빼고 후보의 '경쟁력'으로만 조사하는 방식이어서 차이를 보였다.

오세훈 "안철수 수용 정도 불투명…구체적 내용 없어"
국민의힘은 즉각 반박했다. 오 후보 측 실무협상단을 이끄는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태규 총장이 브리핑을 통해서 오세훈 안에 대한 설명이 서로 오해가 있는 듯"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우리가 제안한 것은 유선전화 10% 반영과 어제(18일) 오 후보가 제안한 두 개 여론조사기관에서 적합도와 경쟁력을 따로 조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게 '김종인·오세훈 안(案)'이다"라고 했다.

정 총장은 "안 대표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오세훈·김종인 안'을 받겠다고 했는데, 이태규 총장의 이야기는 왜 결이 다른지 정리해주시기 바란다"며 "모호함으로 역할분담을 한다든가 하는 건 협상에 대한 신뢰성이 없어보인다"고 했다.

오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오 후보는 단일화 협상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안 후보에게 "저희의 모든 안을 다 수용한다고 해서 설명을 들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떤 안을 100% 받아들이는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오 후보는 "모든 조건 수용한다는 안철수 후보 오전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단일화 어떤 안을 받아들인다는 건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photo@newsis.com
오 후보는 "오전에 안 후보를 만났고, 단일화 협상을 중단시켜선 안 되니 계속하자고 했다. 선거운동일이 25일이니 24일 이전에 반드시 타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한 원칙적 합의의 내용이 대화에서 오갔다"며 "헤어지고 나서 바로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백브리핑이 있었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당 의견을 종합하면 새롭게 협상 재개를 요청한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 사무총장이 그간 그런 행태를 여러 번 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이 그 결정판이다. 수용한다고 말만 했지 구체적 내용이 없는 상태고 이 총장의 백브리핑 내용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짚었다.

또 오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우리에겐 안 후보의 표현대로 김종인 안과 오세훈 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당과 오세훈이 합의한 국민의힘의 안이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 그런 표현을 삼가해달라"고 요구했다.

갑자기 입장 바뀐 양측…安 "경쟁력+적합도" 吳 "무선 100%"
양측의 입장을 좁히기 힘들어보이던 19일 오후, 안 후보가 다시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안 후보는 오 후보와의 신경전 끝에 "오늘 아침에 국민의힘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고 했더니 해석 뒷말이 많다. 이런 행동이 제 결심과 진정성을 국민의힘에서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모두 다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숨을 쉬며 말을 시작한 안 후보는 "저는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이 경쟁력 조사에 유선전화 10%를 포함을 요구하는 입장을 김 위원장과 오 후보가 합의한 당론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공개회의 석상에서 말한 것이니 제 입장에선 그렇게 이해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모든조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 단일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photo@newsis.com
그는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금 부인하면서 다시 경쟁력과 적합도를 50%씩 반영하되, 응답자에게 둘 중 한 항목만 물어보자는 제안에, 김 위원장이 요구한 유선전화 10% 포함이 당의 입장이라고 한다"며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것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만족하시나. 다 수용하겠다"고 거듭 말하면서 "제가 다 수용한다고 했으니 취소하신 실무협상단이 다시 즉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후보 기자회견 15분 뒤 오 후보도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오 후보는 오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등록 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결정은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안 후보 측에서 난색을 표했던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철회하고, 안 후보의 입장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오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무선전화 100% 여론방식을 동의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종인 비대위원장님의 의견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제가 발표한 안이 저희 당의 안이다"라며 "(김종인 위원장에게) 미리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안 후보가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받겠다고 말한 지 15분 만에 다시 뒤집히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다만 이 같은 혼란은 오 후보가 안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정리됐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협상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3.19. photo@newsis.com
오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과 관련해 취재진이 묻자 "제가 이동하고 오는 도중에 그런 발표가 있었냐"며 "제가 알지 못했다. 보시는 대로 준비한 안(무선전화 100%)을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후보와 오 후보가 서로 예상하지 못한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야권 단일화는 더욱 혼란이 가중됐다.

기존에 유선전화를 포함한 조사를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무선전화 100%로 선회한 모습이 됐고, 무선전화 100%를 주장한 국민의당은 기존에 국민의힘이 주장한 유선전화 조사를 수용한 모습이 된 것이다.

타협안은 마련했지만…단일화 협상 아직 가시밭길
오 후보는 기자회견 뒤 곧바로 김종인 위원장을 만나 자신의 제안을 설득했다.

오 후보는 김 위원장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무선전화 100% 여론조사에 대해 "별 이의가 없었다"면서 "후보 의견을 존중해준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안 후보 측이 받아들이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오 후보는 "후보들끼리 한 번 봐야 될 거 같다. 오해도 있었던 거 같다"며 "곧 연락 드려서 만나뵙고 서로 오해 있었다면 풀고, 이런 기회를 먼저 갖는 게 어떨까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서로 양보를 했으니까,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어떻게 할 거냐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절충하려면 두 사람이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면담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양석 사무총장실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9. photo@newsis.com
다만 단일화 방식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측은 이날 다시 협상을 열지 못했다. 안 후보 측은 주말 여론조사를 통해 오는 22일 후보를 발표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물리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안 후보 측 이태규 사무총장은 오후 늦은 시간 다시 정양석 사무총장의 방을 찾아왔으나, 정 총장은 "이게 이태규식인가. 뭡니까 난 신뢰가 안 간다. 후보가 만남을 요청했으니 상황보며 연락하자"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 총장이 "상황을 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제조건이다. 크게 타결됐다. 근데 이렇게 '쇼'를 계속하면 선수끼리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총장은 "총장님, 쇼 아니에요. 제가 무슨 쇼합니까"라고 반박하며, 정 총장과 약 5분 동안 비공개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총장은 정 총장과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다 스탠바이 상태니까 언제든 연락주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협상위원들도 당사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오늘 밤이라도 빨리해서 끝을 봐야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걸 제시해도 그쪽(오 후보 측)에서 원하는 방법대로 다 해드린다는 것"이라며 "(선거운동 시작 전인) 24일까지 후보를 내는 게 시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그 이후에 단일화가 되면 그 효과가 반감돼서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 총장에 대해 오늘 굉장히 유감스럽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내일은 (협상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들 만남을 요청했으니까. 상황 좀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양측 실무 협상단은 물밑에서 기 싸움을 이어갔지만 두 후보가 만남을 타진한 만큼 주말 사이 실무협상이 재개될 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입장이 뒤바뀐 채 사실상 원점 상태여서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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