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코로나 시대' 신인 아이돌 데뷔는 했는데...'진퇴양난'

기사등록 2021/03/18 10:09:07

트레저, 크래비티, 위클리,

에스파드리핀, 엔하이픈 등

팬들 제대로 못만나 '팬덤' 약해

제작사 "막대한 돈 투입했는데...부담감"

[서울=뉴시스] 엔하이픈. 2020.11.30. (사진 = 빌리프랩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최근 엔하이픈 오프라인 팬미팅이 취소돼 슬퍼요. 온라인으로만 보고 실제로 한 번도 못 봤거든요."(엔하이픈 정원의 20대 팬)

대중음악계 오프라인 모임이 금지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데뷔 이후에도 팬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신인 그룹들이 대거 생겨나고 있다.

트레저, 크래비티, 위클리, 에스파, 드리핀, 엔하이픈은 작년에 데뷔한 신인그룹들로 온라인에서 화제성은 있지만 정작 팬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코로나 시대 아이돌'로 통한다.

올해 들어서도 킹덤, 퍼플키스, 싸이퍼, 미래소년 등 신인그룹들이 대거 론칭됐는데 이들 역시 팬들을 언제 만날지 막막해하고 있다.
오프라인서 유대감…K팝 아이돌 성공법칙
데뷔를 하면, 오프라인 현장에서 팬들과 유대감을 키우며 팬덤을 불리는 것이 보통 K팝 아이돌 그룹의 일반적인 성장 법칙이다.

콘서트·팬미팅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 등을 따라다니면서 팬들은 본인이 아이돌을 키웠다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라는 강력한 후광에도 이 회사의 신인 그룹 엔하이픈이 최근 오프라인에서 팬미팅을 열려고 했던 이유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콘서트·팬미팅이 성황이라지만, 방탄소년단 같은 몇몇 특급 그룹에 한정된 경우다. 신인 아이돌 그룹을 비롯해 다른 아이돌 그룹은 오히려 손해가 커 꺼려하는 분위기다.

소속 그룹의 온라인 콘서트를 기획했다가 효율성이 떨어져 취소했다는 중견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장도 빌려야 하고, 송출 장비까지 갖춰야하다 보니 오프라인 콘서트 못지않게 만만치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면서 "온라인 관람권은 오프라인 티켓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방탄소년단처럼 수십만명이 동시에 보지 않는 한 유료 온라인 콘서트는 우리에게 출혈만 안긴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니, 팬덤이 구축되지 않은 신인 아이돌 그룹 입장에서는 온라인 콘서트 개최 자체가 모험일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5일 서울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새 걸그룹 '퍼플키스' 데뷔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레, 유키, 채인, 나고은, 도시, 스완, 박지은. 2021.03.15. kkssmm99@newsis.com
일부에서는 음반 구입 등에 따르는 특전인 팬 영상 통화 등을 시도하며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팬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온라인 위주로만 활동한 신인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음악방송을 비롯해 현장에서 '실전 경험'도 쌓아야 하는데, 이 역시 드문 상황이라 불안감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콘서트는 물론 행사 등이 전무한 상황에서 기획사들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 준비와 활동 초기에는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데 우린 회사가 크지 않아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재 미래를 보고, 더 투입을 해야 할지 우선 멈춰야 할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 다른 공연 장르와 달리 대중음악 콘서트만 금지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소수 인원이라도 오프라인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년과 올해 데뷔한 신인 아이돌 그룹만 약 10팀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신인 그룹들의 데뷔가 대거 예정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대중음악계에 침체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오프라인 콘서트와 별개로 활동할 수 있는 팀이 그나마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최근 데뷔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그래도 아이돌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소셜 미디어 활용 등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이디어 고갈뿐만 아니라 멤버들·스태프들 모두 지쳐갈 거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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