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 DNA도 친자 아냐…'구미 여아 미스터리' 진실은?

기사등록 2021/03/12 17:38:45 최종수정 2021/03/12 17:46:54

20대 딸은 출산 직후 출생신고…경찰, 기록 확인

친정엄마가 낳은 아이 출생병원·출생신고 없어

아이 바꿔치기한 친정엄마 진술이 사건 해결 열쇠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친모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구미=뉴시스] 박홍식 기자 =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49)씨의 닫혀진 입은 언제쯤 열릴까.

경찰 관계자는 12일 "유전자(DNA) 검사 결과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가 죽은 아이의 친모로 밝혀졌지만 A씨는 여전히 '죽은 아이는 내 딸이 낳은 아이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아이와 바꿔치기 된 또 다른 아이의 행방에 대해서도 A씨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의 열쇠는 전적으로 A씨가 쥐고 있다고 보고 A씨의 입을 여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A씨 접촉자 중 의심스러운 점이 있는 남성들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며 A씨를 압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내연남이라는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협조 요청 방식으로 의심스러운 남성들 중 일부를 특정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내연남 2명을 상대로 DNA 검사를 했으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구미시청 아동복지과와 협조해 바꿔치기 된 아이의 행방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A씨와 그의 딸 B(22)씨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진 B씨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직후 출생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A씨는 아이를 낳았다는 병원도, 출생신고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통상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낳았기에 출생병원 등에 대한 기록도 없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내연남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결국 숨진 아이는 출생신고 없어 B씨가 낳은 딸 이름으로 양육된 것이다.

경찰은 숨진 3살 여아는 B씨 어머니인 A씨가 낳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B씨가 낳은 여아는 출생신고 이후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A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도착한 직후 '숨진 아이가 본인의 딸이 맞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제 딸(B씨)이 낳은 딸이 맞다"며 자신은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본인이 낳은 딸은 어디 있느냐'라는 질문에도 "전 딸을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는 전혀 다르다.

국과수는 사건 발생 직후 숨진 3살 여아, 당초 친모로 알려졌던 B씨와 이혼한 전 남편,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 등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숨진 여아와 A씨 사이에 친자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숨진 아이의 외할머니가 아니라 친모로 드러난 것이다.

국과수는 너무나 황당한 이 같은 사실에 2·3차 정밀검사와 확인을 거쳐 이를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친모 A씨에게 '숨진 여아가 당신의 딸이 아니고 A씨의 딸이다'라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알려줬지만 B씨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B씨의 이 같은 행동은 숨진 여아가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철석 같이 믿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알리고 싶지 않은 친정엄마 A씨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임신과 출산 시기가 B씨와 비슷했던 A씨가 자신의 아이를 B씨의 아이와 바꿔치기 했다는 의심을 굳히고 있다.

A씨와 B씨가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했고, 한 아이가 사라졌지만 가족들이 함께 찾는 데 힘을 모으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꿔치기된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외할머니인 A씨 외에는 모른다"며 "A씨로부터 약취한 아이의 행방에 대해 자백을 받고 그 아이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오후 3시께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 3세로 추정되는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 시신은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사는 외할머니 A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친모가 이사를 가면서 홀로 남겨진 아이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엄마 B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 친부와 오래 전에 헤어졌고 혼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며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9일만인 지난달 19일 친엄마 B씨를 살인, 아동복지법, 아동수당법, 영유아보호법 위반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10일 경찰이 여아 사망에 깊숙히 관여한 공범으로 A씨를 검거하면서 사건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DNA 검사 결과 숨진 여아는 B씨의 딸이 아닌 A씨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던져줬다.

A씨는 전날 B씨가 낳은 아이를 빼돌려 방치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여아가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더라도 당시 보호자 위치에서 아이를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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