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거리두기 재연장, 정부도 괴로운 결정" 수긍…4차 유행은 우려

기사등록 2021/03/12 12:37:40

정부, 28일까지 현행 거리두기·5인 모임금지 재연장

전문가들 "거리두기 격상도, 하향도 할 수 없는 상황"

"수도권 감염 수준 높아…위험요인 철저히 관리해야"

"활동↑·경각심↓, 4차유행 우려…근거기반 조정 필요"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현행 5단계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간소화된다. 현행 5인 이상 사적 모임 제한 조치도 앞으로는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9인·5인·3인 제한 등으로 차등화 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기존 5단계(1, 1.5, 2, 2.5, 3단계) 거리두기 체제를 4단계로 줄인다. 각 단계는 인구 10만명 당 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조정된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휴일을 즐기고 있다. 2021.03.07. mangusta@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정성원 기자 = 정부의 방역 조처 2주 연장 결정으로 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이달 말까지 6주간 이어지게 됐다.

다만 하루 평균 코로나19 국내 발생 확진자 수가 400명을 밑돌았던 2월 말 유지 결정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하루 평균 418명으로 2.5단계 범위에 진입한 시점에서 내린 재연장 결정이어서 상황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유행 상황이 거리 두기를 올릴 정도는 아니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사업장 중심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이 4차 유행 시발점이 되지 않도록 취약 지점을 발굴,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온 상승과 백신 예방접종 확대는 희소식이자 경계심이 느슨해질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앞으로도 거리 두기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예방접종률 연계 등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정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14일까지인 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를 15일 0시부터 28일 자정까지 2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확진자의 75%가 집중된 수도권에 대해선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 위험 지역에 임시선별검사소를 확대 설치하고 사업장 현장 점검 공용공간 환경검체 채취 등을 통해 위험 요인 발견시 전수 검사로 확산을 최소화한다. 기존 오후 10시 이후 영업제한 시설에 최근 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목욕장업도 추가했다.

대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도 연장하되, 직계가족과 상견례, 만 6세 미만 영유아 등에 대해선 예외를 적용해 8명까지 모임을 허용하기로 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사실상 영업이 제한됐던 돌잔치 전문점에 대해서도 예외를 적용한다.

유흥시설도 1.5단계인 비수도권에 대해선 인원 제한과 춤추기 금지 등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운영시간 제한을 해제한다.

이로써 3차 유행 과정에서 장기화했던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거리 두기 이후 2월15일부터 적용됐던 지금의 거리 두기 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2차례 연장을 거쳐 이달 말까지 6주간 이어지게 됐다.

다만 첫 유지 결정이었던 2월 말과 재연장하는 3월 중순의 위험 상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2주 연장을 결정한 지난달 26일 기준 1주간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373.9명으로 거리 두기 2단계 범위(전국 300명 초과)였다. 하지만 이날 기준 1주 일평균 환자 수는 418.3명으로 2.5단계 범위(400~500명)에 해당한다. 수도권 확진자 수는 312.9명으로 3주 만에 300명대로 증가했고 비수도권에서도 105.4명으로 세자릿수 환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2월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773명이 확진되고 해외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도 257명(영국 154명, 남아프리카공화국 21명, 브라질 7명, 기타 바이러스 75명)에 달해 위험도가 높아졌다. 거리 두기 완화와 영업 제한 시간 연장 이후 주말 이동량도 늘고 있다.

최근 유행 상황에 대해 당국은 수도권의 경우 안정화 조처가 필요하지만 전국적으론 의료체계에서 감당할 수 있다며 재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수도권 (감염 확산세) 정체 상태를 조금 더 안정화시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아직 현재 대응 여력에서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환자 수가 소폭 증가했지만 거리 두기 단계는 상향도, 하향도 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전국적으로 28일까지 유지된다. 단 직계 가족과 상견례 자리는 예외를 적용해 8인까지 모임이 허용된다. 6세 미만의 영유아가 동반될 경우에도 8인까지 허용되나 영유아를 제외한 인원은 4인까지만 모임이 허용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격상을 할 상황은 아니고 완화할 상황도 아니다"라며 "격상을 하자니 경제적인 피해가 커질 것이고 완화시킬 수 없는 건 당연해 정부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유지 발표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루 300~400명 수준이 저점이 돼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그 늘어나는 4차 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의 감염 확산 위험은 높게 보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고 백신 예방접종 확대로 면역 형성률이 높아질 3월 이후 상황은 긍정적인 신호이자 자칫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당장 실내 활동은 줄고 실외 활동이 늘어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에선 벗어날 수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 사람 간 접촉은 되레 늘 수 있다. 백신 예방접종은 코로나19를 극복할 유일한 수단이 맞지만 그로 인해 경각심이 떨어질 경우 100% 감염 차단은 어렵기 때문에 이스라엘 등 사례처럼 재확산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따뜻해져 다행이고 60대 이상 환자 비율도 줄어들고 있는 건 좋은 신호"라면서도 "지금 수도권은 전체적으로 감염 수준이 높아져 외곽에 있는 산업단지에서도 (집단감염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선별검사소뿐만 아니라 그곳까지 나오기 힘든 사람들까지 검사받으려면 이동식 선별진료소나 산업단지 위주로 방문 검사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며 "새로운 위험요인보다 그동안 알고 있는 위험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역학 전문가들이 3월 초에서 중순 이후 4차 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기 때문에 개학 이후 기온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활동량이 늘어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각심이 완화되는 등 여러 조건들이 유행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이번 주말이 지나 다음주 초가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시설 등 고위험군 예방접종이 마무리되는 상반기 이후에도 거리 두기 완화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중식 교수는 "(환자 수가) 조금 줄었다고 완화하고 늘었다고 강화해선 계속 널뛰기만 하고 그때마다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예를 들어 요양병원 등 예방접종이 끝났다면 그쪽은 어느 정도 안전해졌으니 그 영역 방역만 교정하고 만 65세 이상 고위험군 접종이 끝나면 해당 방역조처를 조정하는 등 확실한 근거가 확보됐을 때 거리 두기 단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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