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최근 홍대 앞 라이브 공연장에 적용되는 방역지침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브이홀, 무브홀, 에반스라운지 등 홍대 앞 터줏대감 공연장이 대거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공연장들도 공연을 열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공연장이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역조치에 따르면 따른 음식점 등 내 무대 시설에서 공연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공연장들은 음식점 형태가 아니다. 공연장으로 정식 등록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사안들을 모른 채하고 무조건 규제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 2월2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 '네스트나다'에서 공연 시작 30분 전 갑자기 방문한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으로부터 공연 취소 통보를 받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당 구청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빚어진 사태였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해당 구청이 직무유기를 했다며 성명을 내고 사과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디, 문화다양성·K팝의 뿌리…위기 속 연대의 힘
인디는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K팝의 뿌리도 통한다. 이런 잠재력이 바탕이 돼야 한국이 자랑하는 대중문화, 즉 K팝이 성장한다. 최근 엠넷 '포커스' 준우승으로 주목 받은 밴드 기프트의 베이시스트 김형우는 "라이브 클럽 문화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데 올해 초에는 많이 무너졌다"면서 "원래 재즈 연주자가 꿈이었는데 수많은 재즈 클럽이 문을 닫고, 홍대 클럽이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니 돌아갈 고향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새소년의 프런트 퍼슨 황소윤 역시 "시국이 시국인지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해를 하지만 공생, 즉 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음악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으니 더 안타깝더라"고 했다.
"저희가 먹고 살던 홍대 앞 땅들이 없어진 것에 대해 유감이 들어요. 그럴수록 힘을 가지신 분들이 도와줘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장들이 사라지지 않게 도움을 줬으면 해요"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그래도 도움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코드는 지난 8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코로나19 시대에 사라져가는 인디 라이브 공연장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인 온라인 공연 페스티벌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를 펼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코드의 이사장인 윤종수 변호사와 하드록 밴드 '해리빅버튼'의 멤버 이성수가 주도했다. 윤 변호사는 뉴시스에 "인디 업계는 본래 사회적 관심이 적고 정부 지원에서도 비껴가 있는 곳인데, 코로나19로 결정타를 맞았어요.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 26주년을 맞이하는 홍대의 대표적인 라이브 공연장인 롤링홀도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무대에 포함됐다.
김천성 롤링홀 대표는 뉴시스에 "(공연장 운영 중단에 대한) 고민도 했는데, 이런 도움으로 힘을 내고 있다"면서 "계속 폐업하는 공연장도 안타깝지만 뮤지션들이 더 걱정이다. 월 100만원만 계속 벌면, 평생 음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뮤지션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소극장은 대중음악의 근간이다. 소극장 무대에서 성장해서 음원차트 1위를 한 뮤지션들을 보면 뿌듯하다"라면서 "대중음악 아티스트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없는 상황인데, 도움이 진짜 필요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지원책이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인디 업계가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소통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측과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하고 있다. 국회가 제도 개선을 하려면, '이슈레이징'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라인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점차 정부 쪽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봤다.
실제 최근 정부는 인디업계의 말에 귀 기울이고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장기화, 대중음악 전체 피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음악 신의 어려움은 인디 업계에서 대중음악 전체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과 관련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된 대중가수 콘서트들은 잇따라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4월1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1 이소라' 콘서트가 무산됐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하며, 3월에 예정했던 콘서트나 팬미팅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그룹 '몬스타엑스'와 '엔하이픈'의 공연이 피해를 봤다. 지난 5∼7일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스터 트롯 톱6 전국 투어 콘서트'도 5월로 미뤄졌다. 다음주부터 줄줄이 예정된 '미스터 트롯' 톱6 전국투어, '싱어게인' 전국투어도 현재까지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대중음악 콘서트는 뮤지컬·연극, 클래식 등 다른 장르의 공연과 달리 '모임·행사'로 분류돼 있어, 100명이상 집합 금지가 적용돼 있다. 이로 인해 대중음악 업계는 형편성 차원의 문제 제기와 함께 정확한 방역 기준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르별로 다른 공연 지침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가수 폴킴의 공연은 대중음악이 아닌 스트링 편성과 함께 하는 '크로스오버 공연'으로 장르를 변경하기도 했다. 4월에 공연 예정인 대중음악 기반의 뮤지션도 클래식 편성이 주된 공연이라, 예정대로 콘서트를 진행한다.
'미스터 트롯' '싱어게인' 콘서트를 제작하는 쇼플레이 임동균 대표는 뉴시스에 "뮤지컬·연극을 비롯해 다른 공연 장르는 일정 비율로 관객을 받지만, 콘서트는 관객을 얼마나 받을지에 대한 선택지 자체가 없다"면서 "조금이라도 관객을 받게끔 콘서트장 문을 열어주신다면, 더 엄격한 방역으로 공연장을 지켜나갈 수 있다. 콘서트를 열었을 때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자율책임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관련 계속 이 상황이 유지된다면 음반 판매량, 온라인 공연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대형 아이돌 기획사와 일반 대중음악계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