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면의 감정에 관한 고찰…편혜영 '어쩌면 스무번'

기사등록 2021/03/11 17:02:19

여섯 번째 소설집 출간

[서울=뉴시스]'어쩌면 스무 번'. (사진 = 문학동네 제공) 2021.03.1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소설을 쓰는 동안 써야 할 장면보다 쓰지 않을 장면을 자주 생각했다. 기어이 쓰지 않은 그 이야기들이 어쩌면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의 진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에서 표면화되지 않은 뒷모습을 비춰온 편혜영 작가가 여섯 번째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으로 돌아왔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쓴 단편 중 유사한 성격의 작품 8편을 엮었다. 모두 '공간의 이동'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대체로 인적이 드문 소도시나 시골. 조용하고 평화로운 듯해 보이는 동시에 폐쇄적이고 고립된 공간이기도 하다.

표제작 '어쩌면 스무 번'의 주인공은 치매를 앓는 장인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산골로 이사하고, '호텔 창문'의 운오는 아픈 기억이 서린 지방을 향하는 식이다.

편혜영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을 통해 죄책감과 수치심 등의 감정을 조명한다. 이러한 감정을 외면하는 인물도, 사로잡혀있는 인물도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감정에 맞서는 이야기의 끝에는 묵직한 먹먹함을 통한 숙고의 시간이 남는다.

편 작가는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손보미 작가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잡지(문예지)에 발표된 소설이 책에 그대로 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8편을 추려낸 뒤 작품을 거듭 숙고해 퇴고했다.

편 작가는 "내게 있어 소설은 언제나 처음에 쓰려던 이야기와 조금 다른 자리이거나 전혀 다른 지점에서 멈춘다. 이제는 도약한 자리가 아니라 차지한 자리가 소설이 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그 낙차가 소설 쓰는 나를 조금 나아지게 만든다는 것도, 그렇기는 해도 나아진 채로 삶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것 같다. 이 낙차와 실패를 잘 기억해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어쩌면 스무 번,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을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김유정문학상, 제1회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232쪽, 문학동네, 1만3500원.

[서울=뉴시스]편혜영 소설가. (사진 = 뉴시스DB) 2021.03.11.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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