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땅 투기 의심자 20명 확인"…주택 공급 차질 '불가피'

기사등록 2021/03/11 16:30:45

정부 합동 1차 조사 결과 땅 투기 의심 7명 추가

정세균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

'성난 부동산 민심'…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요구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합동 조사 결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20명(기존 13명 포함)으로 늘어나면서 전국에 총 85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2·4 주택 공급 대책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도 예정대로 3기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 시행자인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지역에 신도시를 짓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70명 규모의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처음 의혹이 불거진 광명 시흥 지구 등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세종과 전국 광역시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투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한몫하고 있다.

앞으로 조사가 계속될수록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조사 대상과 범위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기 신도시 6곳(광명·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가 넘는 과천지구와 안산 장상지구가 소재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및 9개 기초자치단체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8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도시공사 임직원 등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수석을 비롯해 비서관, 행정관 등 전 직원과 가족들의 신도시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토부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자가 확인됐다고 11일 발표했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된 것이다. 지역별로 광명 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과천, 하남 교산이 각각 1명으로 확인됐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3차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으로부터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부동산거래시스템과 국토정보시스템을 통해 거래내역과 소유 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평생 월급을 모아 집 한 채 마련하고자 했던 서민의 꿈을 짓밟은 명백한 범죄이고, 정부는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악용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차명 거래 등 각종 투기 의혹은 특수본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LH 조사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 정부는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서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번 사태로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자초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국민의 신뢰 없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LH사건을 철저하게 다스려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내각 전체가 긴장된 자세로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사태가 주택 정책 불신으로 번질 경우 집값 안정은커녕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광명=뉴시스]조수정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압수수색한 경기 광명시 한국토지주택공사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1.03.09. chocrystal@newsis.com


하지만 성난 부동산 민심은 들끓고 있다. LH를 향한 분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는 지난 10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LH에 규탄 의지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임채관 공전협 의장은 "토지 강제수용지구 피수용인들에게는 부동산투기방지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LH공사 임직원들이 사전에 개발정보를 빼돌려 땅 투기를 한 것은 파렴치한 국기 문란행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과 해제, 시흥 광명지구 등에 특별관리지역 지정해 토지개발행위를 차단해 해당 지구의 토지 공시지가는 오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조정되지 않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금액을 산정해 토지주는 인근 지역 시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도 보상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자체 조사가 아닌 국정감사나 검찰 조사를 요구하는 글과 함께 광명 시흥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와 함께 부동산 커뮤니티를 비롯한 온라인상에는 LH 투기 의혹을 비꼬는 게시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오는 7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땅 투기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의 집단 반발과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커지면서 정부의 신규 택지 주택 공급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신뢰 회복이 쉽지 않지만, 철저하게 조사를 해서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관련자들을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공공주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난 여론으로 정부의 주택사업 전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며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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