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출범 46일 만에 시급한 동맹 현안 해결
매년 국방예산 증가율 반영해 인상…6.1% 예상
소요충족형 아닌 총액 협상…투명성 확보 과제
이에 대해 정부는 국력에 걸맞는 공평한 분담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제 수준에 걸맞는 분담을 통해 동맹으로서 상호성을 심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매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할 경우 합리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9차 회의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을 위한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협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분담금 총액은 2019년도 수준인 1조389억원으로 동결하고, 올해 분담금 총액은 지난해보다 13.9%, 1444억원 증가한 1조1833억원으로 합의했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연간 주한미군 주둔비가 지난 10차 협상에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증가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는 1991년 이후 10차례의 SMA 협정을 체결한 이래 2002년 25.7%, 1994년 18.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다. 전년 대비 첫 해 인상률은 ▲2차(1994년) 18.2% ▲3차(1996년) 10% ▲4차(1999년) 8.0% ▲5차(2002년) 25.7% ▲6차(2005년) -8.9% ▲제7차(2007년) 6.6% ▲8차(2009년) 2.5% ▲제9차(2014년) 5.8%▲제10차(2019년) 8.2%이었다.
특히 한미는 이번 협상에서 매해 방위비 분담금을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하면서 기존보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는 11차 SMA 협정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총액은 전년도 우리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해 합의하기로 했다.
한미는 8차(2009~2013년)의 경우 2009년 7600억원을 분담하고, 2010년 이후의 연도별 분담금은 전년도 총액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키로 했다. 9차 협정(2014~2018년)에서는 2014년 9200억원으로 결정하고, 2015년 이후의 연도별 분담금은 전년도 총액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되 연도별 상한선은 4%가 넘지 않도로 합의한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연간 인상률을 국방비 인상률과 연동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 때도 다년 협상으로 지금과 같은 형태였지만 당시에는 4%로 캡을 씌워서 물가상승률만큼 반영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기 국방계획에 따른 2021~2025년 국방예산 상승률 평균 6.1%를 감안하면 매년 높은 수준의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부터 최근 10년간 물가 상승률이 평균 1.6%라는 것과 비교하면 6%대 인상폭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최종적으로 2025년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방위비 분담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019년보다 5000억원 가량 많은 규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협상 여파를 감안해 13.9%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연간 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첫 해에 많이 올려주면 매년 올려주는 금액을 줄여야 하는데, 과거 1% 대의 물가 상승률에 비해서는 매년 몇 배 이상 올려준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전 행정부는 협상 당시 연간 인상률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할 경우 분담금의 증가분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맹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물가상승률이 오르지 않고, 마이너스가 되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사용하는 경비와 주한미군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든다"며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성뿐만 아니라 향후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방비 상승률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025년 분담금이 1조5000억원에 달하며 결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요구했던 50% 인상안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한미가 지난해 3월 말 13.6% 인상하는 잠정 합의안을 타결했다고 가정할 경우, 2022년까지 분담금 총액과 비교하면 3143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군다나 분담금의 90% 가량이 근로자 임금 배정비율과 한국업체의 용역 대금 등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내에 환류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한국군의 대중 포위망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주한미군의 방위력 증강에 기여함으로써 한미 동맹 강화의 목표를 달성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1차 협상에서도 일본과 같이 소요충족형이 아닌 총액형으로 협상하면서 여전히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액형 방식은 협상에 의해 총액규모를 결정한 후 항목별 배분을 하는 것으로 총액의 급격한 증가를 억제할 수 있으나 투명성 확보가 쉽지 않다. 반면 소요충족형은 각 항목별 소요에 근거해 분담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에 소요충족형 전환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소요형을 운영해본 일본을 보면 좋은 점과 나쁜 점 등 갑론을박이 있다"며 "총액형의 문제는 모니터일 것이다. 그것을 조금 보완하기 위해 인건비 배정 비율을 명문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무기 구매나 주한미군 감축 등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 당국자는 "무기 구매, 주한미군 감축과 연계 등 사안을 섞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동맹 간 신뢰를 확대하기 위한 틀 강화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협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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