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과정서 2차례 불합격…사직서
유족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소송
법원 "인식능력 결여돼 극단 선택"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 2017년 11월 한 항공사에 기간제 조종사로 입사한 A씨는 기본훈련 중 하나인 JTS훈련(계기비행훈련) 심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재심사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받자, 운항승무원 자격심의위원회는 2018년 3월26일 A씨의 훈련 중단을 의결했다. 다음날인 3월27일 회사에 사직서를 낸 A씨는 당일 유서를 작성했고, 이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A씨 부모는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서울업무상질병위원회 심의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거절했다.
심의결과는 ▲업무 스트레스 귀책사유 중 가장 큰 부분이 A씨에게 있는 점 ▲교관의 괴롭힘·압박감에 대한 명백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점 ▲심사가 장차 기장 업무 수행에 필수적이며 엄격한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언급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자식이 회사 입사 후 혹독한 훈련과정과 심사 탈락, 훈련중단 결정, 퇴사 종용 등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을 거치며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유발됐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우울증으로 인해 A씨의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저하되면서 극단선택에 이르게 됐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약 1년간 운항 기본훈련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조종사로 임용된다는 전제 하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며 "그 과정에서의 각종 심사·평가는 불안정한 지위와 맞물려 업무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JTS훈련은 정상적인 비행능력 및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훈련의 강도 및 난이도가 높고 까다로운 편"이라면서 "훈련과정 자체의 어려움도 A씨에게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기까지 불과 2~3일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은 충분한 재교육이나 재심사 대비가 이뤄지기에는 매우 짧은 기간"이라고 언급했다.
또 "A씨는 조종사 교육을 받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자한 결과 어렵게 이 사건 회사에 입사했다"며 "훈련중지 결정과 사직원 제출 과정에서 심한 좌절감과 굴욕감을 느끼며 우울증세가 악화됐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그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된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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