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비판' 미얀마 유엔 대사 해임 거부…유엔서 民·軍 정통성 대결

기사등록 2021/03/03 10:12:44

유엔 총회 자격심사위원회서 정통성 가릴 듯

中·러 제외한 유엔 회원국 상당수 문민정부 지지

유엔 안보리, 5일 비공개로 미얀마 사태 논의…英 요청

[유엔=AP/뉴시스] 유엔 총회서 쿠데타 종식을 촉구해 반역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미얀마 군정에 의해 해임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군부에 맞서 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사진은 초 모 툰 대사가 지난 26일 유엔 연설 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모습. 2021.03.03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군부와 문민정부 간 정통성 투쟁이 유엔으로 옮겨졌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비판한 초 모 툰 유엔 주재 대사를 해임하고 대행을 임명했지만 초 모 툰 대사는 유엔에 자신이 여전히 합법적인 대사임을 주장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엔 총회 자격 심사위원회가 누가 미얀마를 대표하는지 결정할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BBC 등에 따르면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는 볼칸 보즈키르 유엔총회 의장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에게 서한을 보내 군부는 자신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면서 여전히 자신이 합법적인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미얀마 민주정부에 맞서 불법 쿠데타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우리 대통령(윈 민)의 합법적인 재가를 철회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 당시 임명됐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 2월26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자신이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대표한다면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군사정부의 폭력 진압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연설 말미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미얀마 국영방송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초 모 툰 대사를 유엔 총회 연설 하루 만에 국가에 대한 반역 행위를 했다며 해임했다. 미얀마 군정은 이후 유엔에 서한을 보내 초 모 툰 대사를 해임하고 틴 마웅 나잉 부대사를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통보했다. 대사 교체 통보는 신임장 수여 절차를 위한 선행 단계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외무부가 초 모 툰 대사의 직무를 종결시켰고 부대사인 틴 마웅 나잉을 대행으로 임명했다"며 "군정은 유엔 대사를 교체하기를 원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매우 독특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그는 "유엔은 가능한 빨리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법적 규정과 기타 파장을 검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두 외교관 모두 유엔 본부에 들어올 수 있다"며 "누가 미얀마 대표로 인정 받느냐는 회원국에게 현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회원국 자격 증명 관련 논쟁은 9인으로 구성된 유엔 총회 자격 심사위원회(credentials committee)에서 표결된다. 자격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탄자니아 대사인 케네디 고드프리 개스턴이다. 그는 NYT의 관련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유엔과 주요 회원국은 미얀마 문민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앞서 미얀마 군부에 민정 회복을 촉구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26일 국제사회에 미얀마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도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고 민정 회복을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 3월 순회 의장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지난 1일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미얀마 관련 심도 있는 논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 제재에 미온적이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오는 5일 영국의 요청으로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안보리는 앞서 미얀마 쿠데타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군부 지도자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미얀마 사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CNN에 "영국은 5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를 제안했다"며 "이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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