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도피조력' 실형…"45억 현금 환전" 영화 방불(종합2보)

기사등록 2021/02/10 16:37:03

김봉현, 2020년 1월께 도주 당시…운전기사 일해

중고폰 구매·역 사물함서 서류 가져오기 등 심부름

김 전 회장 지시로 수표 42억~45억원 현금 환전도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해 4월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0.04.26.semail3778@naver.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혐의를 받는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조사된 운전기사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 과정에선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들의 도피 행각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중에도 수십억원의 수표를 명동 환전업소에서 현금과 달러로 바꾸거나, 캐리어 6~7개에 수십억원의 현금을 넣어 지인에게 전달하는 등 치밀한 도피행각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최연미 판사는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장모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향후에 일이 잘되면 렌터카 사업을 같이 할 수도 있다는 김봉현 등의 제안에 의해 향후 경제적 이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범행에 가담했다"면서, "범행 동기나 경위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도피죄는 수사기관의 직무집행을 포함한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판사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범행으로 인해 실제 이득을 얻지는 못한 것은 유리한 정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 2019년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9.10.14. bjko@newsis.com
장씨는 라임 사태로 수사를 받던 중 도주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2019년 11월14일 지인 김모씨로부터 '서울에서 내려온 어떤 사람을 부산에서 차량에 태워 다시 서울에 데려다주자'는 제의를 받고 이를 승낙했다. 이후 다음날 부산 금정구의 한 공원에서 처음으로 이 전 부사장을 만나 그를 서울 광진구 호텔로 데려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 관련 수재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장씨가 광진구 호텔까지 차를 태워준 2019년 11월15일은 이 전 부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날이었다.

장씨는 이 전 부사장을 서울에 데려다준 후인 2019년 12월부터는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26일부터 같은 달 30일, 이듬해인 2020년 1월7일 각각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후 도주했다. 지난해 1월13일 법원은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씨는 해당 사실을 2020년 2월 초순께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고, 김 전 회장이 지난해 2월25일부터 3월19일까지 3회에 걸쳐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차로 데려다줬다. 그는 김 전 회장이 지인 명의로 처방전을 받아오면 직접 약을 받아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지난해 3월13일에는 김 전 회장이 건네준 42억~45억원 상당의 수표를 김 전 회장이 알려 준 명동 환전업소에 가져가 현금과 달러로 환전해 다시 김 전 회장에게 전달해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달 초순께에는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을 보관할 캐리어 6~7개를 송파구 소재 백화점에서 구매해 각각 약 15억~20억원의 현금을 넣은 후 김 전 회장 지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을 위해 용산에서 중고폰 5대를 구매해 건네거나, 김 전 회장 요청으로 교대역 물품 보관함에서 소송서류를 꺼내 전달하는 등 여러 심부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말부터 4월초까지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함께 차량에 태워 인천과 경남, 부산 소재 호텔과 펜션을 이동하며 1일씩 투숙하게 하는 등 은신을 도왔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월23일 밤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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