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2020년 1월께 도주 당시…운전기사 일해
중고폰 구매·역 사물함서 서류 가져오기 등 심부름
김 전 회장 지시로 수표 42억~45억원 현금 환전도
판결 과정에선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들의 도피 행각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중에도 수십억원의 수표를 명동 환전업소에서 현금과 달러로 바꾸거나, 캐리어 6~7개에 수십억원의 현금을 넣어 지인에게 전달하는 등 치밀한 도피행각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최연미 판사는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장모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향후에 일이 잘되면 렌터카 사업을 같이 할 수도 있다는 김봉현 등의 제안에 의해 향후 경제적 이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범행에 가담했다"면서, "범행 동기나 경위에 비춰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도피죄는 수사기관의 직무집행을 포함한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판사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범행으로 인해 실제 이득을 얻지는 못한 것은 유리한 정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씨는 2019년 11월14일 지인 김모씨로부터 '서울에서 내려온 어떤 사람을 부산에서 차량에 태워 다시 서울에 데려다주자'는 제의를 받고 이를 승낙했다. 이후 다음날 부산 금정구의 한 공원에서 처음으로 이 전 부사장을 만나 그를 서울 광진구 호텔로 데려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전 부사장은 라임 사태 관련 수재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장씨가 광진구 호텔까지 차를 태워준 2019년 11월15일은 이 전 부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날이었다.
장씨는 이 전 부사장을 서울에 데려다준 후인 2019년 12월부터는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26일부터 같은 달 30일, 이듬해인 2020년 1월7일 각각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후 도주했다. 지난해 1월13일 법원은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씨는 해당 사실을 2020년 2월 초순께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고, 김 전 회장이 지난해 2월25일부터 3월19일까지 3회에 걸쳐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차로 데려다줬다. 그는 김 전 회장이 지인 명의로 처방전을 받아오면 직접 약을 받아 전달하는 역할도 했다.
같은달 초순께에는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을 보관할 캐리어 6~7개를 송파구 소재 백화점에서 구매해 각각 약 15억~20억원의 현금을 넣은 후 김 전 회장 지인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 전 회장을 위해 용산에서 중고폰 5대를 구매해 건네거나, 김 전 회장 요청으로 교대역 물품 보관함에서 소송서류를 꺼내 전달하는 등 여러 심부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말부터 4월초까지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함께 차량에 태워 인천과 경남, 부산 소재 호텔과 펜션을 이동하며 1일씩 투숙하게 하는 등 은신을 도왔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은 지난해 4월23일 밤 서울 성북구 한 빌라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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