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대, 8억원 손실 오인 후 극단 선택…로빈후드 피소(종합)

기사등록 2021/02/09 14:52:00 최종수정 2021/02/09 14:56:13

'현금잔고 -73만달러' 보고 부채로 오인

로빈후드 고객센터, 이메일 답장 안 해

공포심에 극단 선택…유가족 소송 제기

[뉴욕=AP/뉴시스] 지난해 12월17일(현지시간) 스마트폰에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 로고가 뜬 모습. 2021.02.09.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주식 투자에서 수억원대 손실을 냈다고 오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미국 20대의 유가족이 로빈후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빈후드는 미국 개미 투자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이다.

8일(현지시간) 포브스지, CBS뉴스에 따르면 로빈후드 이용자 앨릭스 컨스의 유가족은 로빈후드를 상대로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컨스는 지난해 20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의사소통"으로 컨스가 수억원대 손실을 봤다고 잘못 생각하도록 했다.

이들은 "컨스가 로빈후드 계좌를 열 당시 그는 수입이 없는 고등학교 3학년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로빈후드는 그가 복잡한 옵션거래의 세계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컨스는 로빈후드를 통해 금융에 무지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풋옵션(보유 주식을 특정 시점과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거래를 했다.

지난해 6월11일 그는 로빈후드 앱 화면을 보고 자신에게 73만달러(약 8억1500만원)의 빚이 있다고 생각했다. '현금 잔고(cash balance)'에 '마이너스(-) 73만달러'라고 명시돼서다.

이는 선물과 현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차에 따른 것으로, 그가 갚아야 할 돈은 아니었다. 보유한 풋옵션을 행사하면 마이너스 잔액이 해결된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한 것이다.

옵션 거래를 유지하려면 17만8000달러 이상을 증거금으로 입금하라는 마진콜에도 컨스는 크게 놀랐다.

고객 서비스 센터에 이메일을 보내자 응답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자동 답장이 왔다. 두번 더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인 그는 결국 이튿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사망 전 부모님에게 남긴 메모에서 "소득이 없는 20세가 어떻게 백만달러의 레버리지에 투자할 수 있느냐"며 "이렇게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의도는 없었고, 내가 가진 돈만큼의 위험만 감수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유가족 변호사는 CBS뉴스에 "빚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73만달러를 빚진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누구라도 패닉(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컨스는 어떠한 빚도 지지 않았다.

그가 사망한 다음날 로빈후드는 "마진콜이 충족돼 거래 제한이 해제됐다"는 자동 이메일을 보냈다.

유가족은 로빈후드가 즉각적인 전화 상담 서비스만 제공했어도 컨스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빈후드는 여전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전화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엄마인 도로시 컨스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로 다할 수 없다"며 "이런 고통을 부모가 극복하는 건 인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규제당국은 로빈후드 같은 주식거래 중개 앱에 대해 고객의 금융상품 거래 능력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빈후드 사용자도 옵션거래를 하려면 앱의 질문에 답해야 하지만, 통과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CBS뉴스에 따르면 로빈후드 앱에서 투자 경험을 '없음'에서 '별로 없음'으로 업데이트하면 옵션거래가 승인된다.

지난해 매사추세츠주 규제당국은 로빈후드가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약탈적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유동성 증가로 주식거래가 늘면서 로빈후드는 앱 다운로드 건수는 최근 하루 10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로빈후드 이용자는 2000만명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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