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서울 사립유치원 50곳 문 닫아…공립 비율 30% 넘어

기사등록 2021/02/07 07:00:00 최종수정 2021/02/07 07:16:16

"가정학습 한다며 원아 이탈" 잇달아 휴·폐원

작년 공립은 15개원 신설…처음 30%대 넘어

사립유치원 입지 축소세…국·공립보다 학비↑

[인천=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의 유·초·중·고교가 등교중지에 들어간 지난해 12월 인천 한 유치원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이 놀이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출생률 저하 여파로 인해 서울 사립유치원 50개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공립유치원은 교육당국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기조에 따라 늘어나는 추세라 사립유치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뉴시스가 7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입수한 '2018~2021년도 유치원 신설·폐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1일 관내 사립유치원은 577개원이었으나 올해는 49개원이 줄어든 528개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50개원이 폐원했고 1개원이 신설 인가를 받았다.

이전에 폐원한 서울 사립유치원 수는 지난 2018년 27개원, 2019년 63개원이었다. 2019년에는 유치원 회계감사 결과 실명 공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개학연기 사태 여파로 유독 많은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국적으로도 휴원 또는 폐원을 고려하는 유치원이 늘었다. 개학연기에 원격수업까지 장기화되는데 반해 유치원비를 계속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자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들의 이탈이 증가한 것이다.

오는 3월 휴원하는 부산 사상구 감전샛별유치원 여문규(65) 이사장은 "지난해 초 19명이 입학했는데 가정학습 등으로 7명이 빠져 12명만 남았다"며 "교사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사비 1500만원을 들여 지급했다. 설립자 원장도 임금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폐원을 검토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사립유치원은 1년간 운영난으로 인해 문을 닫는 추세 속에서 국·공립유치원은 늘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지난 2017년 24.8%에서 2022년까지 4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육 당국은 사립유치원을 공립으로 바꾸는 매입형유치원 정책 등을 통해 공립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는 공립유치원 비율이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시내 공립유치원은 지난 2018년 전체 875개원 중 211개원(24.1%)이었으나 2019년 227개원(26.2%), 2020년 242개원(29.5%), 2021년 257개원(32.7%)으로 매년 늘어 올해 30%를 처음 넘겼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장 시교육청은 올해 공립유치원 20개를 더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15개원보다 5개원 더 많은 수다.

국·공립유치원이 늘어난다면 사립유치원 원아의 이탈은 더 증가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학비가 훨씬 저렴한 국·공립유치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은 국·공립이 월 평균 6200원인 반면 사립은 21만3000원이다. 국·공립은 교육과정, 방과후과정비 등 수업료가 사실상 무료다.

사립유치원들은 학부모들의 수업료 부담을 국·공립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최성균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워낙 어려운 시기라 사립은 학부모 외면을 받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만, 공립유치원이 폐원하는 사립유치원 수 만큼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학부모들로서는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이나 사교육기관인 영어유치원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 운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운영비를 올해 학급당 5만원씩 올려 지원했다. 또 1~2월 원격수업 기간 중 돌봄 소요 비용을 제외하고 학부모가 낸 수업료를 반환한 경우 절반을 보전하는 긴급지원 사업 신청을 오는 9일까지 받고 있다. 2월 중 일선 사립유치원에 14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교직원 등 인건비를 지원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유아학비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는 유아학비 단가는 지난해보다 2만원 높은 26만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가와 지방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아학비 지원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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