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2심서 징역 1년으로 감형…"끝까지 싸우겠다"(종합)

기사등록 2021/02/04 15:40:30 최종수정 2021/02/04 15:42:29

'국정농단 방조' 무죄, '불법사찰' 일부만 유죄

1심 총 징역 4년→2심 징역 1년…구속은 안해

법원 "최서원 비위 감찰, 민정수석 의무 아냐"

우병우 "대통령 보좌한 것을 범죄로 만들어"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치·불법사찰 지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2.04.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와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국정농단 방조'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은 이미 1년여 구금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방조'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봤고, '불법사찰' 관련 혐의 중 일부만 유죄라고 판단했다. 이에 총 18개 혐의 중 2개 혐의만 유죄 판단을 내린 재판부는 1심에서 총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에 비해 형을 대폭 낮췄다.

우선 '국정농단 방조' 중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해 "최서원씨 등의 비위 행위 감찰은 민정수석으로서 피고인의 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인다"며 "당사자인 대통령이 별도 지시를 않는 이상 적극 감찰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의 구체적 관련성을 인식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진상을 은폐하는 데 적극 가담한 사실이 인정 안 되고,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은폐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자신에 대한 감찰조사를 방해한 혐의도 "감찰 요건이나 절차의 적법성 등에 의문을 갖고 한 정당한 방어권 행사 등으로 볼 수 있을 뿐, 직무수행의 공정성·적정성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을 고발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 역시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 권한에 속하고, 직권 행사의 동기 내지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라고 봤다.

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공무원에게 좌천성 인사 조치를 내리도록 압박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의 독단 결정이 아닌 인사권자인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으로 표적 감찰로 보기 어렵다"고 1심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아울러 국정감사 불출석 관련 혐의는 적법한 출석 요구가 전제되지 않았다며 1심 유죄 판단을 뒤집었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는 "적법한 고발로 볼 수 없다"고 1심과 같이 무죄 판단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치·불법사찰 지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2.04. myjs@newsis.com
다만 '불법사찰' 관련 혐의 중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우 전 수석이 직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지만 추 전 국장의 직권남용에 공모한 것이 맞다고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추 전 국장이 권한 행사에 가탁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동향 등을 수집하게 한 건 정상적 국정운영에 협력하려 한 게 아니라 피고인의 사적 이익 추구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추 전 국장이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해 결국 피고인이 추 전 국장과 공모해 직권남용죄의 죄책을 질 수밖에 없다"면서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김진선 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사찰 혐의에 대해서는 "추 전 국장의 권한을 남용하게 한 것"이라며 1심 무죄 판단과 달리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진보 성향 교육감, 정부 산하 과학 단체 회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사찰 혐의, 문체부 간부 8명 세평 수집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죄 부분에 한정해 말하면 법리적으로 피고인이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을 뿐이고, 추 전 국장의 직권남용에 공모·가담해 실질적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국가 권력의 공정한 행사를 누구보다 엄정하게 단속해야 하는 민정수석 지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추 전 국장 범행에 공모·가담했고, 이는 국내 정보 직무범위를 엄격히 제한한 국정원법 개정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판결이 끝난 뒤 우 전 수석은 취재진과 만나 "원래 저에 대해 처음에 특검과 검찰 수사가 시작된 건 국정농단 방조 의혹이란 것"이라며 "검찰은 총 24건의 범죄사실을 입건해 18건 기소했고, 2건에 대해서만 유죄가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 검찰이 청와대에서 제가 근무하는 2년4개월 동안 성심껏 대통령을 보좌한 그 내용을 전부 범죄로 만들었다는 것, 왜 그렇게 무리하게 했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2건이 마지막에 유죄로 선고된 것에 대해 사실관계 및 법리관계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당연히 대법원 가서 끝까지 무죄를 위해 싸우겠다. 상고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방조' 혐의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불법사찰'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은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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