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지금 거리두기는 단체기합…자영업자 주머니가 화수분이냐"

기사등록 2021/02/02 11:34:14 최종수정 2021/02/02 13:27:07

"소수가 수칙 안지켜 감염 발생시 다수가 문닫아"

"회사·가족 등에서 감염 집중…식당·카페는 적어"

"한국, 주요국에 비해 거리두기 피해 지원 미흡"

"10만명당 확진자 수 적지만 거리두기는 엄격"

"1~2번 추가 재유행 가능…거리두기 재설계해야"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2일 오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주최로 열리고 있다. 2021.02.0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특정 계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회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유형의 영업장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거리두기 조치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하고 보상 조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현재는 어떤 시설 유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문을 닫게 하고 있는데 이건 단체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수가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다수의 선량한 시설이 문을 닫게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 하면 문을 닫는 소상공인에 대한 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가가 문을 닫으라고 했음에도 보상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시스템을 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명령에 의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특정 시설에 적용되고 있는 영업제한 조치 등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는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며 "여러 종류의 시설들에 대해 문을 닫으라고 하고, 9시 이후에 영업하면 안된다고 하고, 8㎡당 1명의 손님을 받으라고 하고 있는데 이런게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발표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패러다임 발표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은 회사(20%), 가족·지인(18%), 종교시설(15%), 의료기관(10%), 요양복지시설(8%), 교육시설(7%) 순이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규제를 하고 있는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은 전체 집단감염의 2% 정도"라며 "미용실은 10만개 중 1개, 카페는 10만개 중 3개가 집단감염 발생했는데 확진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나머지 9만9997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게 과학적 접근방식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방역지침을 안 지키는 교회나 요양병원이 거리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라며 "국가가 제대로 관리할 시설에 방역지침을 강제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확진자 수 증가를 나머지 국민들이 단계를 올려 더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삶을 사는 것으로 메꿔주는 것"이라고 했다.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주요국의 재정 지원지수를 보면 영국 95, 스페인 82, 덴마크 80, 벨기에 76, 프랑스 70, 이탈리아 66, 네덜란드 59, 포르투갈 58 등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은 47에 그쳤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들을 보면 독일은 문을 닫는 업체에 고정비의 90%, 매출감소의 75%를 지원하고, 일본은 하루 문을 닫으면 6만엔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문을 닫으면 지원하는 금액이 200만~300만원임을 고려하면 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피해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평균적으로 얼마나 줄일지, 그 비용이 우리사회 전체에 골고루 퍼지지 않고 소상공인, 비정규직 등 특정 계층에 경제적 피해가 집중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며 "국민 피로감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의 피해를 분담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문을 닫게 하면 그 시설에 피해가 집중된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하면 그 피해는 분산된다. 고통을 나눠갖는 시스템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거리두기 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가별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 지표를 보면 미국(확진자 59.7명, 강도 56), 스위스(50.9명, 42), 스웨덴(42.3명, 47), 프랑스(39.2명, 55), 이탈리아(34.2명, 57), 독일(20명, 51), 노르웨이(8.8명, 41) 등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만명당 확진자 수가 1.1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거리두기 강도는 47에 달했다. 우리보다 상황이 심각한 일본의 경우에도 10만명당 확진자는 1.8명이지만 거리두기 강도는 33 정도였다.

김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엄격하게 하는지를 보면 우리는 과도하게 하고 있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정할 때 매번 정부, 방역 전문가들이 너무 보수적으로 적은 확진자에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적용해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방역 정책을 세울 때 확진자 수 증가에 너무 매몰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는 굉장히 적어 좋은 평가를 받아야함에도 최근 한 달 간 치명률은 2%가 넘는 수준으로 올라 있다"며 "확진자 수에 올인하는 거리두기에서 벗어나야 제대로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년 간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해서 생긴 사회경제적 피해를 의료체계에 투자했다면 강력한 거리두기를 안 해도 됐을 것"이라며 "1년간 거리두기로 인해 지출한 피해는 40조~50조원으로 생각된다. 그 것의 10분의 1, 100분의 1만 투자해도 거리두기 단계를 훨씬 낮출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올해 1~2번의 코로나19 재유행이 더 올 수 있으며, 이를 대비해 거리두기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아마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올해에 우리는 1~2번의 재유행을 더 경험할 수 있다"며 "국민의 희생은 화수분이 아니다.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또 "백신 접종은 4월 말까지 전국민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백신의 효과는 더 줄어들 것이다. 거리두기라는 효과적 수단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높은 단계를 오래 지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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