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게시판에 연일 부동산 정책 비판글 빗발
정부 예고한 공급 대책에 "집값 자극" 우려 잇따라
정책 훈수 청원자들 속출…중개수수료 개편 요구도
"가격 띄우기 악용"…실거래가 등록제 허점 비판도
시민단체, 정부·국회 향해 "특단 대책" 목소리 높여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전국적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으며 정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정부를 비판하는 글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새해 들어서도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청원인들의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작년 연말까지 강도 높은 규제책을 퍼부었고, 새해 들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단의 공급 대책을 예고했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새해 들어 0.06%, 0.07%. 0.09% 등을 기록하며 매주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전셋값도 새해 들어 3주 연속 0.13%의 상승률을 유지하며 오름폭이 줄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집값이 정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자 부동산을 둘러싼 여론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새해 들어서만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청원글이 30~40개 게시됐으며 대부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들이다.
한 청원인은 '무너져가는 무주택자, 분양가 상한제 대국민 사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했던 과거의 발언들을 열거하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이 청원인은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2019년 발언을 언급한 뒤 "부동산에 대한 자신은 세금을 늘리는데 대한 자신이었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또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다. 정책 효과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발언을 언급한 뒤 "당장 집을 비우라는 집주인에 조금 기다릴 여유도 없다. 집값보다 비싸진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또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 무주택자에게 충분한 공급은 숨 쉴 수 있는 공기 밖에 없다"며 "그나마 깊은 한숨으로 숨 쉬는 게 괴로울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집을 팔라는 말을 믿고 진짜 집을 판 사람은 판 집 가격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것을 보고 울화병에 잠 못 이룬다"며 "선심 쓰듯이 완화한 특공(특별공급) 기준은 새로운 기회로 포장했지만 공급 없이 기회만 주는 행태에 청약마저 미래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대한민국 전국 방방곡곡이 집값 폭등으로 난리"라며 "집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때문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기로 한 대규모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도심 역세권 용적률 확대, 신규택지 개발, 공공재개발 확대 등의 공급대책이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한 청원인은 "연립주택 밀집지역, 재건축, 준공업지역에 용적률을 올려주고 특혜를 주는 것은 집값 잡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개발 기대감으로 아파트에 이어 다세대, 다가구, 연립빌라까지 모든 집값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다세대·연립 주택의 1월 거래량(26일 기준)이 1684건으로 아파트 거래량 1213건을 추월하며 공급대책을 노린 매수세로 벌써부터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주택 정책에 훈수를 두는 청원글도 잇따르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완전 폐지, 양도소득세 강화를 통한 불로소득 원천차단,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대폭 인상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투기성 양도차익에 대한 철저한 과세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 국민들의 근로의욕과 희망을 높여야 한다"며 "집을 팔았을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100% 과세하고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만 1년 정기예금금리 정도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값과 전셋값 상승에 덩달아 오른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중개보수 상한 요율은 전세의 경우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매물이 0.4%, 6억원 이상부터는 최대 0.8%가 적용된다. 6억원 짜리 전세 계약 때 최대 480만원, 9억원일 경우 최대 720만원이다.
청원인은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이삿짐센터 비용까지 합치면 이사비용이 1000만원이 훨씬 넘는다"며 "서민들이 부담 없이 이사를 갈 수 있도록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을 현실에 맞게 고쳐달라"고 제안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등록 제도가 오히려 부동산 호가 띄우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토부 실거래가 등록은 계약서 작성만으로 가능하고 언제든 취소할 수 있게 돼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 청원인은 지난 14일 "국토부의 실거래가 등록이 부동산 호가 띄우기의 가장 좋은 방법임을 모르냐"라며 "눈뜨면 신고가가 갱신되고, 너도 나도 호가 놀이에 빠진 이유, 대한민국 부동산 시세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미친 듯 올랐던 이유는 누구나 맹신했던 국토부의 실거래가가 허점 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계약서 작성만으로 실거래 등록 할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부동산 호가 띄우기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악용 되고 있다. 실거래 조작 몇 번이면 몇 달 사이 몇 억씩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며 "등기 후 세금을 다 낸 다음에 실거래가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 후 10년 넘게 성실하게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며 살았다"며 "몇 달 사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호가에 회사를 다니는 의미도 의욕도 사라지고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 할지 하루하루 눈물만 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현실적인 집값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6일 21대 국회의원 중 아파트 재산 신고액 상위 30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국회에 집값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0명이 소유한 아파트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평균 12억4000만원(2010년 1월)에서 22억2000만원(2020년 11월)으로 1채당 79.4%, 9억8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아파트값 상승이 심각한 데도 국회가 거품 제거를 위해 나서지 않는 이유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기 위해서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집값 거품 제거를 위한 특단의 법안을 마련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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