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공격으로 프레임 갇혀…이젠 검증된 유일 후보"
"유력 야권 후보 두 분, 지난 10년간 별로 한 일 없어"
"진보진영 늘 성평등·페미니즘 다루지만 실상은 달라"
"박원순 문제, 여당은 적극적인 이야기조차 꺼려해"
"예능 출연, 저 사람도 보통 엄마·주부라고 생각된 듯"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율보다 더 많이 받고 있어"
"文정권 실망한 분들 지지 국민의힘으로 모아질 것"
[서울=뉴시스] 김지은 문광호 기자 = "사실 정말 출마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작년 서울시장 선거가 있게 된 사건이 벌어진 이후부터였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기까지 출마 여부에 관한 질문을 무수히 받았다. 비록 21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를 지냈고 4선까지 지내면서 중량감을 키운 거물급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와중에서도 현실적인 문제가 걸렸다. 자녀 입시비리 등 각종 고발 사건으로 주변이 잠잠할 날이 없었다. 검찰이 관련 의혹 13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비로소 숨을 돌린 나 전 의원은 당시를 "여권에서 집요하게 공격해 프레임에 갇혀있었다. 제가 (당에) 짐이 되거나 부담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반듯하게 정치해서 그 프레임에서 벗어났고, 훨씬 폭넓게 생각하게 됐다"는 나 전 의원을 지난 23일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다.
나 전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덕분에 이제 네거티브에 제일 많이 훈련된 후보가 됐다. 13건 무혐의를 받으면서 검증된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여권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네거티브를 하려고 하겠지만, 하도 많이 해서 국민들이 지겹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웃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시점은 이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의사를 밝힌 다음이었다. 그럼에도 나서게 된 이유를 그는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아낼 사람은 좀 더 결단력 있고 리더십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야권의 경쟁자들에 비해 스스로의 강점을 결단력과 리더십으로 꼽은 셈이다. 그는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때 원내대표로 지도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당 내에서 인정받은 자신의 리더십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당장 서울시의회를 여당이 장악했으니, 저의 풍부한 정치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위기의 서울을 탈출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두 분 유력한 야권 후보들(안철수·오세훈)을 보면 특별히 실질적으로 일한 건 별로 없다"고 짚었다.
이어 "원내대표 당시 공수처법, 선거법이 나쁜 법이 될 것을 예견하고 국민에게 알렸다. 또 조국 전 장관이 낙마에 이르는 문제도 원내에서 빠르게 대응했다"며 "투쟁의 모습 뿐 아니라 저항할 건 하고 협조할 건 해서 국회가 파행에 이르지 않도록 하면서 정권의 모습에 대해 국민들이 아시도록 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짬짜면 발언은 평소 제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사실 (좌우) 이념이 부딪히는 곳은 주로 대북 정책이고, 서울 시정에는 이념이 부딪힐 곳이 많지 않다"며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놓은 비정상을 정상화하자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지난 총선하고 또 다르다. 내 삶을 어떻게 바꿔줄 것이냐, 챙겨줄 것이냐가 시민들에게 중요하다"며 "조금 더 그런 이슈에 가까이 가고 싶다. 그게 또 제 장점이 아니겠나. (시민들 입장에서) 그래도 장바구니 물가를 아는 사람이 낫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다. 때문에 나 전 의원은 이번 선거 공약에서 여성·아동 정책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여성이 정치에서는 아직 소수다. 옛날엔 국회 남성 목욕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많이 됐던 시기가 있었다. 정치권의 논의 과정에서 여성이 소수라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으로 여성 정치인이 일할 때, 우리 삶과 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을 여성이라 더 빨리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여태까지 온 것을 보면, 대한민국 어머니의 헌신적 리더십이 있어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60년대 어머니들이 본인 안 먹고 자녀들 계란 하나 더 먹이려는 정신으로 헌신해, 대한민국에 훌륭한 인적자원이 생기고 나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도 여성을 넘어 어머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특히 문화까지 바꾸기 위해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여성 시장의 탄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출신 여성 시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 진영에서 늘 성평등을 다루고 페미니즘 이야기를 했다. 박원순 시장도 그런 정책을 앞장서서 했다. 여성정책들 보니 좋은 게 많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달랐다"며 "그래서 6층 시장실을 쓰지 않겠다고 했고 고위공직자 사무실을 투명 유리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여비서에 대한 문화를 바꾸는 것도 기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출신 여성 시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잘 보면 내부의 소위 진보의 젠더교육이 잘못된 젠더교육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마를 앞둔 상태다. 나 전 의원과 같은 4선의 여성 의원으로 이들은 자주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곤 한다.
나 전 의원은 박 전 장관의 강점에 대해 "열정적인 분이고 그 분의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고, 차별화 지점에 대한 질문에 "사람들이 좀 위로를 받고 싶어할 것 같다. 일상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할 텐데 누가 더 위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일까"라고 답했다.
박 전 장관과는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기간을 두고 출연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정치인이 아닌 나 전 의원의 일상을 비춘 프로그램으로 방영 이후 호감도 상승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나 전 의원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루종일 가족과 집에서 뒹굴거리는 걸 찍은 것이다. 원내대표 시절 제 멘트가 뉴스에 15초 나가는 것으로 국민과 소통해서 아쉬움이 있었고, 이번에 편하게 일상이 보여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우리 사는 게 다 똑같고 저 사람도 보통의 엄마고 아내고 주부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풀이했다.
정책에 있어서는 1호 공약으로 '숨통트임론'을 내걸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초저리 장기대출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지금 (재난지원금은) 200만~300만원 주고 나면 끝이다. 이걸로는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없다. 완전 종식이 금년 말까지 간다고 보면, 유동성 위기 때문에 국민들이 힘들어한다.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해야 하고 일회성으로는 안된다.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120만명으로 상당히 많은 분들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은 야권 연대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만약이라는 가정에는 대답을 안 하려고 한다. 가급적 단일화가 되어야 하고 단일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을 대신했다.
대선 출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다음에 우리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후보를 돕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야권에서 경쟁 중인 안 대표와 오 전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같은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안 대표와의 경쟁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적으로는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내놨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분들의 지지가 지금 온전히 저희 국민의힘에 오지 않고 있다. 그게 윤석열 검찰총장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 밖에 있는 분들의 (지지가) 모아진 것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안 대표도 본인 개인에 대한 지지율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저희 당에 실망한 부분이 크다는 이야기"라며 "그 역시도 우리가 (선거를) 하다 보면 그 지지율까지 같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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