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금지법 시행 1년 6개월…직장인 34% "갑질당했다"

기사등록 2021/01/10 16:00:00 최종수정 2021/01/10 17:43:03

1000명 대상 조사 결과 34%가 '당한다'고 응답

여성·비정규직·월급 150미만 근로자 많이 응답

"간호조무사인데 원장이 '머리 나쁘다'고 폭언"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됐지만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2~29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34.1%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임금 노동자는 2044만명"이라며 "설문조사 결과를 단순 비교하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697만명의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갑질을 경험한 직장인 중 37.5%는 갑질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심각하다는 응답은 여자(41.3%)가 남자(34.8%)보다 높았고, 비정규직(47.9%)이 정규직(29.9%)보다 높았다.

또 비사무직, 5인 미만 직장이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직장보다 높았다. 월급 150만원 미만 근로자가 500만원 이상 받는 직장보다 직장 갑질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갑질의 유형을 보면 모욕·명예훼손(23.4%)이 가장 많았고, 부당 지시(18.8%), 업무 외 강요(13.5%) 순이었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4.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사용자(27.9%), 비슷한 직급 동료(15.8%) 순이었다.

한 제보자는 "개인병원에 다니고 있는 간호조무사인데 원장님의 갑질이 너무 심하다"며 "군기를 잡는다면서 매일 소리를 지르고 일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악을 쓴다. '머리가 나쁘다'는 등 인신공격이 심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견디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가족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표의 사위가 갑질을 너무 많이 한다"며 "사위의 횡포로 1년동안 20명이 그만뒀다. 폭언을 하고 협박을 하는데다 일을 떠넘긴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많은 직장인들의 비명 소리가 국회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 개선이 하루 속히 국회의 문턱을 넘어 2021년에는 직장인의 노동인권이 나아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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