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정부서도 수정헌법 25조 발동 논의…"괴물·미쳤다" 성토

기사등록 2021/01/08 04:37:27

"더 많은 폭력·사망 막아야"

발동시 권한 박탈·직은 유지

실제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뒤엎을 것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의 워싱턴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2021.1.7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 일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대통령에 대해 "미쳤다""괴물"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복을 거부하고 시위대를 선동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으로의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방해한 것에 대해 깊고 끓어오르는 불안감(deep, simmering unease)이 행정부를 휩쓸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완전한 괴물(a total monster)"로 묘사했고 또 다른 관리는 이 상황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insane)""도가 지나쳤다"(beyond the pale)"고 했다.

내각 일부 고위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논의에 참여했던 익명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이라도 더 재직할 경우 더 많은 폭력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 때문에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그를 해임하기 위해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직 행정부 고위 관리도 수정헌법 제25조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 다만 사전 논의 단계로, 즉각적인 행동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수정헌법 제25조 4항은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에 대해 "직무와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서면으로 선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부통령이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지만 직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핵과 다르다.              

의회에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의사당 난입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한 미국에 대한 반란"이라며 "하루도 더 재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 조항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오는 20일까지다. 그는 임기 13일을 남겨두고 다시 대통령 권한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다만 남은 기간이 촉박하고 오히려 정국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실제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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