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재앙' 구치소 집단감염…과밀, 어느 정도 길래?

기사등록 2021/01/04 15:34:49 최종수정 2021/01/04 15:47:18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 1090명…역대 세번째

수용자 1046명, 직원 22명…수용자 특히 취약

정원 2070명인데 전수조사 참여자만 2419명

교정시설 과밀화 해묵은 문제…매년 정원초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이에는 '살려주세요 질병관리본부 지시 확진자 8명 수용'이라고 적혀있다. 2020.12.2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새해 들어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집단감염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동부구치소 수용자 중 4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높은 수용자 밀도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구치소 등 과밀화는 교정행정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만큼 예견된 재앙에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1090명 수준이다.

이는 교도관이나 수용자의 가족·지인을 포함한 수치다. 동부구치소는 오는 5일 6차 전수조사를 예정하고 있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교정시설 집단감염 국내 사례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규모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관련 5213명,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1173명에 이어 세 번째다. 여전히 진행형이라 사랑제일교회 사태를 넘어설 수도 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의 40% 이상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현재까지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는 총 1046명이다. 지난달 18일 1차 전수조사에 참여한 2419명을 기준으로 보면, 이중 약 43%의 수용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수용자들이 사실상 코로나19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모양새다. 동부구치소 직원들의 경우 현재까지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차 전수조사에 참여한 직원 숫자만 400명이 넘어 감염비율은 수용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처럼 수용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원인으로는 수용시설의 과밀화 현상이 언급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SNS에 "구치소는 교도소와 달리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입감 및 출감이 빈번하다. 교정당국이 인원의 수용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항상 과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더구나 동부구치소는 고층빌딩 형태 구조다. 건물 간격이 촘촘하고 환기가 제대로 안돼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구조물"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법무부와 방역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차 전수 검사를 하루 앞둔 4일 송파구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1084명이 발생했다. 2021.01.04. myjs@newsis.com
실제 최근 동부구치소 수용 현황은 정원을 넘겨도 한참 넘은 수준이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동부구치소의 수용정원은 2070명 수준이다. 지난 1차 전수조사 참여 인원이 2419명이니, 정원을 350명 가량 초과한 셈이다.

사실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는 해묵은 과제다.

2020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 수용정원은 4만7990명이지만, 1일 평균 수용인원은 5만4624명에 달했다. 매일 약 6600명의 정원 외 수용자가 발생했던 셈이다. 최근 10년 통계를 보면, 일평균 수용인원이 수용정원을 밑돈 적은 한해도 없었다.

이에 지난 2018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구금 시설이 한계 인원을 넘겨 수용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과 수용자 거실 확대 등을 권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무부처인 법무부를 향한 책임론이 높아지고 있다. 과밀화 문제를 진작에 해소했더라면 집단감염 피해도 줄였을 것이란 지적이다. 수용자 과밀화가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도 비판받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을 타 교정시설로 보내면서 과밀화 해소에 나섰으나, 집단감염을 차단하기에는 때늦은 조치였다. 오히려 동부구치소에서 서울남부구치소와 강원북부교도소로 이송된 수용자들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타지역 전파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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