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캣맘협의회, 구조·보호…'동물수집꾼' 의한 방치·학대 추정
"반려동물 관리 제도·처벌 법규 정비 시급…특별사법경찰 도입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의 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내 폐가에서 수년간 각종 오물 더미에 방치돼 있던 고양이 20여 마리가 구조됐다.
구조에 나섰던 동물 보호 단체는 동물수집꾼(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에 의한 학대 행위를 주장하며 관련 제도 정비·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비영리 동물 보호 민간단체 '광주시 캣맘협의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광주 북구 운암 3단지 재건축 예정 아파트 내 한 폐가에 방치된 고양이 21마리를 구조했다고 4일 밝혔다.
구조 당시 고양이들은 최소 4~5년간 배변·사체 등 오물 더미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대부분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고 오염된 환경 속에서 피부 질환도 확인됐다.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일부 수컷 고양이에 의해 무분별한 번식이 이뤄져 사육 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협의회는 봤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지난 2014년 이후 수도·전력 공급 등이 끊긴 철거 예정 주택이나, 고양이 주인으로 추정되는 A씨가 월세 임차 형식으로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지역 정신보건 상담기관은 A씨가 더 이상 고양이를 돌볼 수 없다고 판단, 관할 자치구인 북구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의회가 직접 구조에 나섰다.
동물보호법상, 학대 동물은 지자체가 소유자로부터 분리해서 구조 조치로 보호소에 입소시킬 수 있지만, 협의회는 고양이 건강 상태·효과적인 보호 조치 등을 고려해 구조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조된 고양이들은 협의회가 마련한 회복실에서 수의사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애니멀 호더는 동물을 모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도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해 방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협의회는 "절대 반려 동물을 키워서는 안 되는 사람이 이성적 사고·절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동물등록제가 정상적으로 시행되고, 관할 지자체가 정기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없었을 일이다"라고 밝혔다.
또 "애니멀 호더에 의한 반려동물 수집·학대 행위를 막는 방법은 반려동물 등록제, 부적격자에 대힌 반려동물 사육·소유권 강화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을 확실히 규정하고 위반 시 소유권을 박탈해야 한다. 또 동물 학대자들에 대한 처벌이 한층 더 강화돼야 한다"며 "지자체 행정 공무원이 고발권·수사권을 갖는 동물학대 관련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의 사육공간 제공과 위생·건강관리 의무를 위반해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면 '동물학대'행위로 간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학대 받은 동물은 애니멀 호더로부터 구조·격리돼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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