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대 쟁점 떠오른 중대재해법…이번주 통과될까

기사등록 2021/01/03 05:00:00

첫째날, 중대재해 '개념 정의' 합의

둘째날, 책임 대상·적용기준 결정

쟁점 산적…"5일 마무리한다는 각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회 본회의장(공동취재사진) 2020.12.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국회가 지난주 본격적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오는 8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제정안이 통과되려면 '속도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고 지난달 29, 30일 이틀 동안 법안을 검토했다. 여야가 중대재해법 논의를 위해 한 테이블에 마주앉은 것은 지난해 6월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법안을 발의한 뒤 반년만이다.

현재 국회에는 강은미안 외에 박주민·이탄희·박범계 민주당 의원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 정부안이 제출돼 있다. 민주당은 유관 부처 간 협의 끝에 법무부가 마련한 단일안인 정부안을 토대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재계와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고 여야의 입장 차가 커 이번주 '밤샘토론'을 불사해야 시한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과 산업재해 유가족들은 법 제정을 촉구하며 3일인 이날까지 24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 사업장 규모별 적용 시기, 처벌 대상 등 쟁점이 산적해 있어 조항마다 '산 넘어 산'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조정된 내용과 남아있는 쟁점을 짚어봤다.

논의 시동 건 첫째날, 중대재해 '개념' 합의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앞서 백혜련 소위원장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30. photo@newsis.com /2020.12.30/
29일 열린 첫 법안소위는 중대재해의 개념을 합의하는 데 그쳤다. 오전부터 이어진 회의 끝에 여야는 산업현장에서 벌어지는 '중대산업재해'와 가습기살균제참사 등의 '중대시민재해'로 나누기로 했다.

이는 박주민안에 담긴 내용을 차용한 것으로, 정의당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법의 전체 체계상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개념을 분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의원들이 제출한 기존안보다 정부안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발의안이 사망자 기준을 '1명 이상'으로 정의한 반면 정부안에는 '2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1명 이상'으로 할 경우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날 소위에는 재계와 노동계 측 유족들이 참석해 중대재해법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중인 고(故)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씨와 고(故) 이한빛PD의 부친 이용관씨는 사업장 규모별로 적용 시점을 다르게 두고 원청 처벌이 약화된 부분을 비판했다.

반면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한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경영책임자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속 페달 밟은 둘째날, 책임 대상·적용기준 결정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 앞에서 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7. photo@newsis.com
30일 열린 두 번째 소위는 전날보다 진전된 합의를 내놨다. 법 적용 기준을 사망자 '1명 이상'인 경우로 정하고, 책임 대상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행정기관장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경영 책임자의 범위를 '대표이사'에서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확장했다.

책임 대상인 '경영책임자' 개념이 확대된 데는 야당 주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정부에서 빠졌던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자체장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근거를 야당이 강력하게 주장해 되살렸다"며 "정부안을 보면 '경영책임자 셀프 의무 부여'가 있는데 가당치 않아서 삭제시켰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총괄하는 사람과 그에 준해 안전·보건 의무를 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에 포함하기로 했다"며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역시 최종안을 도출하지 못해 소위는 5일 재개될 예정이다. 백 의원은 "생각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중요하고 논쟁적인 것은 많이 정리됐다. 1월5일에 마무리한다는 각오로 회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짜 쟁점은 이제 시작…5일 마무리 가능할까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단식 17일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입법 촉구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0.12.27. photo@newsis.com
사업장 규모별로 법 적용 시기를 나누는 문제를 놓고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 그래서 매년 2000여명의 죽음을 당분간 더 방치하자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법의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영세업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중대시민재해'에 카페, 목욕탕 등의 공중이용시설이 포함된 것을 두고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 보호와 공중 안전 확보를 위한다면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내용을 고스란히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면책 범위도 쟁점이다. 의원안은 '결재권자인 공무원'을 처벌 대상으로 삼았지만 정부안은 형법상 직무유기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공무원을 처벌하도록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공무원에 대한 처벌 조항까지 담게 되면 공무원이 산업현장에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며 "책임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 행정을 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5배 이하'로 정한 정부안도 논의를 앞두고 있다. 정의당안은 '3배 이상 10배 이하', 민주당안은 '5배 이상'을 규정한 바 있다. 국민의힘안은 손해배상액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었다. 재계가 과도한 배상액이라며 '손해액 3배 이하'를 주장하고 있어 더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3회 이상 확인되거나, 사업주가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경우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이 조항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에서 모두 나오고 있다.

재계는 과도한 처벌에, 노동계는 원안 후퇴에 반대하는 가운데 5일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단일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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