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대사수술 없이 혈당 배출…신개념 치료 가능성 제시

기사등록 2020/12/28 12:14:08

비만대사수술 후 소장에서 포도당 배출 확인

엠피레귤린 증가하고 EGFR 활성화하는 기전

엠피레귤린 주사해 대변으로 포도당 배출 확인

"수술과 유사한 기전의 약제 개발 가능성 확인"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국내 의료진이 비만대사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혈액 안에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혈당을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존의 인슐린이나 당뇨병 치료제, 비만 약제가 갖는 기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약물치료 타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 핵의학과 조응혁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팀은 지난 11월 내과학 분야 저널 GUT(IF 19.819)에 '비만대사수술 후 소장을 통한 포도당 배출 현상 발견 및 관련 기전 분석: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 타깃 규명'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은 미국에서 표준치료로서 권고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건강보험공단이 급여화를허가했다. 치료 효과가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대사수술이 대사성 질환에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비만대사수술 후 혈당 및 체중 감소와 연관된 ‘소장의 포도당 배출과 관련된 기전을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우선 비만대사수술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위우회술을 동물 모델로 재현했다.동물 실험을 통해 혈액 안에 과다하게 존재하는 포도당이 비만대사 수술 후 소장을 통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포도당 배출이 활성화된 소장 부위에서 엠피레귤린(Amphiregulin) 단백질이 증가했고,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수용체 신호 전달체계가 매우 활성화돼 있음을 확인했다.

포도당 대사·이동과 관련된 수송체가 활성화돼 혈액 내의 포도당이 소장으로 이동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기전이다.

엠피레귤린은 EGFR을 활성화하고 상처 치유, 세포 증식 속도 및 세포 내 당 대사를 조절 등의 효과를 내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또 연구팀은 비만대사수술을 하지 않은 비만·당뇨병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엠피레귤린을 주사로 투약하거나 소장 내에 젤 형태로 코팅해봤다.
 
그 결과 비만대사수술과 유사하게 혈당과 체중이 감소했고 소장을 통한 혈액 내의 포도당이 대변으로 배출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구철룡 교수는 "비만대사수술은 당뇨병 및 비만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지만 수술 자체의 위험 및 환자가 갖는 부담 때문에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며 "비만대사수술과 유사한 기전을 갖는 약제 개발의 새로운 타깃인 소장 내 상피세포성장인자 관련 신호를 발굴했다는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핵의학과 조응혁 교수는 "비만대사수술로 인한 빠른 혈당감소 현상이 수십 년 동안 알려진 바가 있었지만 그 현상은 부분적으로 이해됐다"며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법으로 처음으로 당이 소장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단서를 보여줬고나아가 동물 실험에서 원인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 "세계 최초로 소장에서 당분을 '흡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출"까지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그 기전을 파악해 치료 가능 약물의 개발까지도 가능한 결과를 도출했다"며 "비만대사수술 후의 극적인 효과에 대한 여러 기전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아 앞으로 더 심화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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