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베르됭 전투의 끔찍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발발 후 첫 석 달이 지나면서 어찌 된 일인지 전투가 인간의 지휘에서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는 듯했다는 것이다." (영국 역사학자 앨리스터 혼)
1916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독일군과 프랑스군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70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이 전투는 제1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갈랐다는 평과 함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투로 기억된다. 바로 '베르됭 전투'이다.
이 베르됭 전투의 실상을 총체적으로 밝히며 제1차 세계대전 전체를 살펴보는 전쟁사의 고전 '베르됭 전투'가 최근 출간됐다.
베르됭 전투를 먼저 시작한 독일군의 목표는 프랑스군을 '말려 죽이는' 것이었다. 병력과 물자를 엄청나게 소모시킨 후 서부전선을 돌파해 전쟁을 끝내려던 것이었다. 그리고 결전의 장소가 프랑스 북동부의 요새 도시 베르됭이 선택됐다. 전차, 대포 등 물자와 병력면에서 우세했던 독일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10개월 뒤 독일군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물러났다.
저자인 영국 역사학자 앨리스터 혼은 당시 병사들이 남긴 일기와 편지, 지휘관들의 회고록, 신문과 잡지 기사, 독일과 프랑스의 공식 사료 등 관련 문헌을 비롯해 생존해있는 참전 군인들에게 직접 들은 증언까지 활용해 당시 베르됭의 모습을 재현했다.
이를 통해 독일이 우세했으면서도 왜 패배할 수밖에 없었는지, 프랑스는 어떻게 10개월 동안의 전투에서 베르됭을 지킬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양국 병사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양국 군 지도부의 무능과 내부 갈등 부분도 다뤘다. 조행복 옮김, 584쪽, 교양인,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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