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가 전날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결정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데 이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인수건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계열사 이사회가 모두 끝나는대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관련 공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은 8000억~9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알려진 10억 달러(약 1조135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된 업체로, 2013년 구글에, 2017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2015년 로봇 개 '스폿'을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로도 이족·사족 보행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재계는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 현대차의 로보틱스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가 확정되면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 합병이 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그룹 핵심 사업 분야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로보틱스를 제시하며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앞으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30%가 PAV(플라잉카 등 개인용 비행체),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보틱스팀을 신설했고 지난해에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코드42'와 미국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로보틱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2019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를 최초 공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엘리베이트'는 현대차의 로봇 및 전기차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이동수단이다. 4개의 바퀴 달린 로봇다리를 움직여 포유류나 파충류 등 여러 형태의 걸음걸이로 이동할 수 있다. 기존 이동수단으론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나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엘리게이트의 보행 속도는 약 5km/h수준으로 사람 걸음속도와 비슷하다. 차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1.5m 높이의 벽을 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미래 모빌리티 개발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를 열고, 첫 프로젝트로 엘리베이트 콘셉트카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현대차그룹의 '걸어다니는 자동차' 구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