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 붉은 눈동자
넘치는 상상력과 탄탄한 문장으로 폭력적 역사 속 인간의 비극에 대해 탐구해온 저자 이상문이 그려온 베트남전쟁에 대한 완결편이다. 이 작품은 전쟁이 끝난 지 4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베트남전쟁을 조명하며 그 전쟁의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참전군인들의 노년 삶을 다루고 있다. 시대의 비극에 휩쓸려 좌절하고 상처 입은 인간들을 향해, 위로와 용서의 손길을 내밀어 화해와 치유도 모색한다. 340쪽, 인북스, 1만3000원.
◇ 건청궁일기
대중역사가 박영규의 장편 역사소설로 명성황후를 화자로 하여 어지럽고 위태로웠던 조선 사회와 세계 열강의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한 나라의 국모로서 자신의 인생을 편견의 눈으로 풀어낸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치밀하다. 암울하고 위태롭던 조선말 대한제국 시기 급박하게 돌아갔던 궁궐 안 상황을 재구성해 읽는 재미와 역사에 대한 지적 흥미를 자극한다. 명성황후를 거칠고 암울한 시대를 살다간 한 사람으로, 여인으로, 아내로, 어미로, 왕비로, 권력자로 다각화해 보여준다. 248쪽, 교유서가, 1만4000원.
◇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2019 베스트 SF 1위에 오른 일본 SF 화제작으로 평행세계, 인격이식, 싱귤래리티, 대체 역사, 신칸센 저속화 현상 등 SF만의 독특한 설정에 매력적 캐릭터들이 탄탄하게 엮이며 완성도를 갖췄다. "찌는 듯한 더위에 잠이 깨, 커튼을 열고 창밖으로 눈 풍경을 바라보았다"라는 이상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표제작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은 '무한대의 현실'에서 마음에 드는 현실을 선택하여 넘나들 수 있는 세계를 무대로, 평범하지만 특별한 소녀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한나 렌 지음, 이영미 옮김, 439쪽, 엘리, 1만6000원.
◇ 로지나 노, 지나
인권 필독서 '말해요, 찬드라'의 저자 이란주가 쓴 르포소설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에서 ‘투명인간’, ‘불법인간’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미등록이주민들의 역사를 기록한 르포소설이다. 부모님을 따라 다섯 살에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 소녀 로지나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아름답고도 눈물겹게 펼쳐진다 이주민이라서, 체류 자격이 불안정해서, 방글라데시 사람이라서, 무슬림이라서 차별을 겪어야 했던 로지나 가족과 행복동 이웃들의 20년은 이주민의 역사이자, 이주민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역사이기도 하다. 280쪽, 우리학교,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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