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영미소설의 대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첫 장편소설이다. 1993년 '케익을 굽는 여자'란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된 적 있으나, 원제 'The Edible Woman'의 뜻을 살린 제목과 새로운 번역으로 27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작품은 페미니즘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던 1960년대 캐나다 사회를 배경으로 여성이 결혼과 임신에 대한 담론 속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갈등을 그린다. 작가는 기발한 상상과 풍자, 아이러니와 환상, 은유로 가득한 이 소설에서 전통적 코미디 양식과 결혼에 대한 패러디 양식을 도입해 사회 담론 구조의 부도덕성을 드러낸다. 이은선 옮김, 392쪽, 은행나무, 1만4000원.
◇ 도로나 이별 사무실
삶의 섬세한 관계망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문제적 소설을 쓰는 작가 손현주의 신작이다. 관계를 버거워하는 이 시대 성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이별 대행 서비스라는 문제적 소재를 특유의 유쾌하고 활달한 필치로 그려낸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진 한편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은 오히려 터부시되는 사회에서 만남과 이별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띤다. 누군가 이별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지금의 2,30대를 대변하는 듯 인간관계에 회의적인 이별 매니저 이가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관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보편적 감각을 일깨운다. 240쪽, 은행나무, 1만3500원.
야후 재팬 문학상 수상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서스펜스 미스터리물이다. 이 작품에는 남편 다다토키를 잃고 살인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성형수술로 얼굴을 고친 후, 살인자에게 접근해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가는 사키코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상대를 남편으로 맞이해 전남편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그녀의 집념은 대단하다. 사키코는 작열하듯 타오르는 복수심으로 자신의 삶을 불태워도 좋다고 각오한다. 작품 배경도 제목에 맞게 한여름이며, 여름은 저물지 않은 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진다. 또한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탁월한 문학적 미스터리의 정수를 보여주며,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김현화 옮김, 304쪽, 마시멜로,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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