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망에 항의글 잇달아 올라
"얼토당토않은 사유…자괴감 들어"
"부당한 징계권 좌시하면 안 된다"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 있어"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수현(50·사법연수원 30기) 제주지검 인권감독관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헌정 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유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할 텐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를 발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직무배제 사유 중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부분과 관련해 "JTBC의 태블릿 PC 관련 고소사건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JTBC가 피해자이고 JTBC의 대표는 손석희 사장"이라며 "대주주에 불과한 홍석현씨가 '사실상 사주'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대표해 사건관계인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여간 무조건 만나면 안 된다고 우기면 직무배제 사유가 되는가 보다"며 "우리나라에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관계된 사람이라는데, 검사님들 앞으로 아무도 만나지 말자"고 비꼬았다.
'판사 불법 사찰' 역시 "정치적인 전략을 짜는 데는 도가 트신 분들이라 잠깐 감탄을 하기도 했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해 판사님들 보시라고 끼워 넣은 모양인데 그런 얄팍한 전략이 법원에 통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사안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빗대기도 했다. 경기를 앞두고 감독이 선수들에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조언을 한 경우를 심판 사찰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얼토당토않은 사유에 대해서 일일이 반박하고 있으려니 자괴감이 들어 못하겠다"며 "갑자기 이런 영화대사가 떠오르는 것은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니가'"라고 글을 마쳤다.
지난 2월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했던 성상욱(50·32기)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비위 혐의' 중에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문건 부분이 있는데, 그 문건은 제가 작성했다"며 "그러나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제게 이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 알렸다.
그는 해당 문건을 공소유지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했다며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는 게 이른바 '사찰'이지(회사가 노조원 뒷조사) 어떤 처분권자에 관한 유의사항을 피처분자 입장에서 정리한 게 사찰인가"라며 "자료 수집도 언론 등 공개된 자료와 과거 또는 현재 공소유지에 참여한 공판검사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상 검사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며 "장관이 하명한 사건을 수사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있어도 심지어 압수수색 상대방을 폭행해 기소되어도 징계는커녕 직무배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라고 비판했다.
또 "검사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하되 이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며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검사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희도(54·31기) 청주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정치검사' 등 표현을 동원, 일련의 과정에 관여한 검사들을 비판했다. 그는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하실 수 있었겠는가"라며 "결국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시즌2) 그리고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전 정권에서 정권 주변부를 기웃거리거나 보신에만 열중하던 분들이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검찰개혁의 화신이 돼 모든 요직을 다 차지하고 온갖 막가파식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변신도 놀랍고, 그런 분들을 요직에 중용하는 분들의 판단력도 놀랍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정치인, 정치검사들의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심히 부당한 업무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검사들은 없어야 될 것"이라며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사를 최대한 설득하고, 만약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목(40·38기) 수원지검 검사도 전날 밤늦게 내부망에 "소위 '집권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내칠 수 있다'는 뼈아픈 선례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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