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이스라엘이 전 세계 시선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쏠린 사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두인(아랍 유목민)' 야영지를 강제 철거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강제 철거로 73명이 거주지에서 쫓겨났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규모의 강제 철거다.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WAFA통신과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안군은 지난 3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요르단계곡에 위치한 베두인 야영지를 중장비를 동원해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거주용 천막과 축사, 창고, 태양 전지판 등이 파괴됐고 어린이 41명 등 모두 7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고향을 등지게 됐다.
이본 헬레 유엔개발계획(UNDP) 팔레스타인 조정관은 성명을 내어 "지역 주민 4분의 3이 거처를 잃었다. 이는 최근 4년 이내 가장 큰 강제 이주 사건"이라며 "파괴된 물자는 지역 주민의 생존과 존엄성 유지에 필수적인 것이었다"고 힐난했다. 유엔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자행된 76차례의 강제 철거 중 가장 큰 규모다.
요르단계곡은 농경지와 수자원의 보고로 이스라엘이 합병을 원하는 지역이다. 이 야영지는 이스라엘이 군(軍) 사격장으로 지정한 38개 베두인 야영지 중 하나로 수도와 전기 등이 공급되지 않아 거주 여건이 열악한 곳이라고 WAFA는 설명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브첼렘(B'tselm)은 성명을 내어 "(마을) 전체를 강제 철거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모든 사람이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린 사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관조정관(COGAT)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불법 건축물 단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COGAT는 이스라엘이 중동전쟁 과정에서 점령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다.
이스라엘 군법은 사격장 구역에 거주하는 영주권자의 추방을 금지하지만 지난해 베두인들이 낸 강제 철거 중단 소송이 정당한 재산권과 건축 허가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고등법원에서 불허됐다는 설명이다.
요르단계곡의 경우 1995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보안과 민간인 통제를 담당하는 지역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이 법을 어기고 건축물을 짓는다는 이스라엘 측과 이스라엘이 건축 허가도 기존 마을을 합법화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하는 팔레스타인 측이 수시로 충돌하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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