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 흔적 추적하는 형사 '현수' 役
"이정은·김선영, 좋은 배우들…큰 위안돼"
함께 작품 하고픈 배우로 김혜자 꼽아
배우 김혜수가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내가 죽던 날'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형사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혜수는 이번에 또다시 형사 역을 맡아 한 소녀의 흔적을 추적하며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 제목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그 어떤 제목보다 와닿았죠. 시나리오를 한장 한장 읽으면서 '현수'와 실제 저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상처나 고통의 순간들을 겪으며 살아가잖아요. 다들 상처가 있고, 그건 그 사람만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죠."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다.
김혜수도 이 작품을 택했을 때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위로가 간절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혜수는 지난해 모친의 '빚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제 가족 문제가 알려지게 된 게 작년이었는데, 제가 처음 알게 된 건 그 몇 년 전이었죠. 힘든 일은 늘 예상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극 중 '세진'의 대사 중 '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몰랐던 것도 잘못인 거죠. 벌 받나 봐요'라는 말이 있어요. 저도 그런 마음이 있었죠. 그때 만난 작품이어서 좀 더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특히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많은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김혜수는 "좋은 배우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다"며 "작품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느냐도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다. 좋은 인연을 만나는 자체만으로 굉장한 축복인데,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건 제일 좋은 환경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말했다.
극 중 무언의 목격자 섬마을 주민 '순천댁'으로 분한 이정은과 함께 감정을 나누고 호흡을 맞춘 장면은 "완벽했다"고 떠올렸다.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역으로 영화에서 말없이 표정과 몸짓, 필체로 내밀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저한테는 운명의 순간이에요. 극 중 중요한 장면이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선착장에서 수레를 끌면서 정은씨가 오는데 정말 '순천댁'이 오는구나 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정은씨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둘이 말없이 손잡고 눈물을 계속 흘렸는데, 주변의 모두가 기다려줬죠. 실제 장면은 그만큼의 감정 분출을 하진 않았지만, 그때 완벽한 순간처럼 느껴지면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경이로웠죠."
김혜수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현수'가 관객 자신처럼 다가갈 것 같아요. 나의 고통, 절망, 상처를 자신 곁에 있는 누군가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죠. '순천댁'의 대사가 영화의 주제를 결정적으로 말해주죠.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순천댁'이 우리 영화의 살아있는 메시지에요."
이번 작품에 함께한 배우 다수가 김혜수와 연기하고 싶어 출연했다는 말에는 "놀랐다"고 답했다. "감사하죠. 저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배우가 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 된다는 게 생경하면서도 놀랐죠."
함께 꼭 작품을 해보고 싶은 배우로는 김혜자를 꼽으며 수줍게 웃었다. 김혜자가 출연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당시 촬영장에 용기 내 찾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말하는 것도 떨리는데, 김혜자 선생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선생님의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뵌 적이 있었어요. 주차장에서 잠깐 인사를 드리고 차에서 10분 정도 함께 있었는데 잊지 못해요. 정말 대단한 배우이시지만 선생님의 눈이 너무 깨끗하고 순수했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크게 와닿았죠. 선생님과 작품에서 만난다는 건 꿈같은 희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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