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콘조이웰라, 163개국 중 104개국 지지 얻어
미국, 유명희 공식 지지…여론 반전 만들까?
[서울=뉴시스] 양소리 김난영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경쟁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하는 미국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재무장관을 지지하는 중국의 대리전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WTO는 28일(현지시간) 전체 회원국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하며 "그는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인 데이비드 워커 뉴질랜드대사는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며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라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총 163개 회원국 중 104개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국, 유명희 강력 추천
유 후보의 사퇴설까지 불거지던 가운데 반전을 만든 건 미국이다. WTO의 발표가 나온 후 채 10시간이 지나기 전 유 후보를 향한 공식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유 후보를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지지한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 후보는 지난 25년 동안 성공적인 무역 협상가와 무역 정책 입안자로서 두각을 나타낸 진실한 무역 전문가"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WTO) 조직의 효율적인 리더로서 필요한 기술을 모두 갖췄다"라고 덧붙였다.
USTR은 아울러 "지금은 WTO와 국제 무역에 매우 어려운 시기다. 지난 25년 동안 다자 간 관세 협상은 없었고, 분쟁 조정 시스템은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됐으며, 기본적인 투명성 의무를 이행하는 회원국은 너무 적다"라고 지적했다.
USTR은 이런 맥락에서 "WTO는 중대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며 "현장에서 직접 뛴 실제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라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측 관계자를 인용해 "유 후보는 미국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유 후보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했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유 후보의 협상 방식은 미국에서 아주 좋은 평판을 받았다"며 "우리 모두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중국, 사실상 오콘조이웨알라 지지
중국은 아직 특정 후보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라운드를 지지했고, 이 과정은 잘 진행됐다"며 "중국은 이날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중국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전략과 관련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선언한 이래 아프리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중국의 이같은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8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문을 내고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인프라 투자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차관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는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양국이 시너지를 낸다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같은 인물이 WTO를 이끌게 된다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미국에 대한 견제 때문이다. 중국의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미국은 WTO와 같은 국제기구를 자신의 밑에 둔 듯한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SCMP에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끝까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반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WTO 사무총장 선출 시한은 11월9일이다. 이날까지 모든 회원국의 협의가 도출돼야 한다. 결국은 '여론전'인 셈이다. 이 여론전에서 반전을 만들 수 있는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WTO 사무총장 선거를 열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임기가 시작된 직후부터 "WTO는 중국에 편향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해왔다. 무역분쟁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리는 WTO 상소기구는 미국의 위원 선임 반대로 인해 작년 12월 이후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전임인 호베르투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지난 5월 임기를 1년이나 남기고 중도 사임한 배경에도 미국의 이같은 압력이 있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164개국의 만장일치 추대 형식이다. 일부 국가가 반대 의견을 고집할 경우 규정상 투표를 통해 뽑는다. 그러나 이는 만약을 위한 규정일 뿐 실제 투표를 통해 사무총장을 뽑은 경우는 아직 없다. 대부분 표결 직전 한 명의 후보가 자진 사퇴하는 방식으로 사무총장은 추대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지지 입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9일 회의에서 미국이 전체 회원국 앞에서 공식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달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WTO 사무총장 선거에 반전을 일으킬 만큼 총력을 다할지는 의문이다.
만약 다음달 9일까지 회원국 간 협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WTO는 사상 최초로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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