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선호도 조사 마감 당일 캐나다 총리와 정상 통화
EU,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 합의…'선호도 조사 결과 관건'
文대통령 "WTO 개혁 적임자"…유명희 적극 지지 호소
합의 선출 방식에 기대감…긍정 여론 위한 정상 통화 多
총 14차례 '유명희 지지콜'…결선 진출 후 9차례 집중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한·캐나다 정상통화를 갖고 유 후보자의 지지를 요청했다. 캐나다가 WTO 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 후보자가 WTO 개혁을 수행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유명희 후보야말로 통상 분야 전문성과 현직 통상장관으로 구축한 네트워크와 정치적 리더십을 고루 갖춘 후보"라며 WTO 개혁 소그룹인 '오타와 그룹'에서 함께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 측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날 정상 통화는 WTO 사무총장 최종 선출 논의 이전에 이뤄진 사실상 마지막 통화다. 여전히 설득 가능성이 존재하는 국가의 정상을 상대로 막판 표심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전략적인 의도가 담긴 정상 통화로 볼 수 있다.
WTO는 현지시각으로 이날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선호도 조사를 마무리 하고, 본격적인 선출을 위한 합의 과정에 들어간다. 선호도 조사에서 최대한 많은 표심을 확보해야 남은 합의 과정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트뤼도 총리에게 캐나다가 의장국으로 있는 '오타와 그룹'을 언급한 것과 유 후보자가 WTO 개혁 과제 수행을 위한 적임자임을 부각한 것도 최종 국면에 있는 WTO 선호도 조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타와 그룹 회원국 사이에서의 긍정 여론 확산을 위한 목적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주도로 만들어진 오타와 그룹에는 한국 및 유럽연합(EU), 뉴질랜드, 호주,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브라질 등이 소속돼 있다. 27개 EU 회원국이 경쟁 상대인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과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감안할 때 나머지 국가들의 막판 표심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뤼도 총리가 이날 통화에서 유 후보자의 경험과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최종 라운드에서의 선전을 기원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반응에 그쳤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의 당선을 적극 지지키로 한 데에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국면에서의 WTO 제소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때 WTO 제소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 후보자가 나름의 경쟁력으로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하자 정상 통화를 통한 문 대통령의 지지 요청 사례는 더욱 잦아졌다. 총 14차례의 정상 통화에서 유 후보자의 지지를 요청했는데, 이 중 9차례가 유 후보자의 최종 결선 진출 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28일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의 통화를 시작으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8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9월28일) ▲앙헬라 메르켈 독일 대통령(10월1일)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10월5일) 5개국 정상 통화를 통해 유 후보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후 10월8일 유 후보자가 최종 결선에 진출한 뒤 문 대통령은 주말 여부와 관계 없이 정상통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 하루 2~3건씩의 릴레이 정상 통화 일정을 소화한 것도 막판 표심을 붙잡기 위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무하딘 빈 모하마드 야씬 말레이시아 총리(10월19일)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압델 파타 사이드 후세인 알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상 3명 10월20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이상 3명 10월21일),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 에체니케 칠레 대통령(이상 2명 10월21일)과 연속 통화에 나선 바 있다.
아울러 정상 외교를 통해 공개적으로 유 후보자의 지지요청을 시작한 데에는 회원국 사이의 합의 방식으로 사무총장을 최종 선출하는 선거 방식에 기대를 걸었다는 시각도 있다. 각국에 걸려있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선거 구도에서 중요하지만, 통상분야 현직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도 전략적 표심이 작용하는 선거에서 나름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선거 출마 선언 이전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직 통상장관 타이틀을 갖고 출마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김 차장의 전망에 유 후보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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