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25일 향년 78세로 타계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1987년 12월 1일 45살 나이로 삼성 경영권을 이어받아 명실상부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키워냈다.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삼성그룹 매출액은 31년 만이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같은 기간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무려 396배 급증했다.

외형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선망으로 기업으로 등극했다. 20세기 말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평가받던 소니를 제쳤으며 현재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 애플과 맞짱 뜨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두 개의 사업 축인 '반도체'와 '휴대폰'도 이건희 회장이 구축했다.
반도체 사업의 가능성을 본 이 회장은 1974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산 직전의 한국 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한국에서 반도체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반도체 산업이 한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부합하며, 한국과 세계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 판단하고 밀고 나갔다. '반도체 박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몰입하며 과감하게 투자하고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1984년 64메가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 세계 1위 반도체 생산 기업에 등극했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에는 1993년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양(量) 중심의 구시대적 관행을 버리고 초일류 기업을 향해 전진하자는 이른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휴대폰 사업에도 신경영 철학에 기반한 '혁신 DNA'를 심었다.

이 회장은 1994년 10월 모토로라가 석권한 국내 휴대폰 시장에 애니콜 시리즈 첫 제품인 'SH-770'을 출시했다. 질(質) 경영을 강조한 이 회장은 1995년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500억원 어치의 불량 휴대폰을 모두 회수해 불태워 없애라고 지시했다.

삼성 임직원은 피땀 흘려서 만든 제품이 불태워지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1995년 8월 애니콜은 전 세계 휴대폰 시장 1위인 모토로라를 제쳤다. 국내 시장의 51.5%를 점유하며 정상에 올라섰다.

이어 2005년 밀라노 선언을 통해 휴대폰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에 선도적인 투자를 지속,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흥행에도 성공하며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삼성은 1997년 한국경제가 맞은 사상 초유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했다.
 
아울러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623억 달러(약 70조원)로 글로벌 5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외형적인 성장 외에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하며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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