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 국감 "미지급 치료비 해결하라"

기사등록 2020/10/19 11:52:01

지난해 12월 경북대 실험실 폭발로 4명 다쳐

치료비 6억원, 2억원 미지급

사고 피해 수습 정부도 나서야

19일 경북대학교에서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북대 및 강원대, 경북대병원,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대구=뉴시스] 박준 이은혜 기자 = 19일 경북대학교에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강원대학교와 경북대학교, 경북대병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는 지난해 12월27일 경북대 화학관 1층 실험실에서 시료 폐액을 혼합해 처리하던 중 폭발한 사고다. 이 사고는 화재로 이어져 연구생 4명이 다쳤고 이중 2명은 심한 화상을 입었다.

당시 환경당국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하지만 실험실 내부가 전소돼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의 경북대를 상대로 이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 미흡 등을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비례대표)은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급 지급 미흡 등을 지적했다. 권 의원이 경북대에서 제출 받은 실험실 폭발사고 피해자 지원 현황 및 대책 관련 자료에 따르면, 피해 학생에 대한 누적 치료비 총액은 9억2000만원이다. 이중 4억2000만원은 미납됐다.

이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A씨에게는 치료비 총액 6억원 중 2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다. 경북대가 지난해 회계 예비비로 5억원(2월 기준 누적 치료비)을 집행한 후 예산과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의원은 2020년 예산현황을 살펴본 결과 경북대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올 3월부터 집행 가능한 본예산 2억원이 책정됐다는 것이다.또 지난 4월 추경을 통해 1억원, 10월 2차 추경을 통해 2억7000만원도 추가로 편성됐고 여기에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 보험금 1억원도 경북대가 수령했다고 밝혔다. 올해만 총 6억7000만원이 확보된 셈이다.

즉, 예산을 확보하고도 지급규정을 마련하는 데 시간을 끌어온 것이라는 게 권 의원의 설명이다.권 의원은 지난 8월 '경북대 화학관 사고수습 및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이 마련된 시점도 늦었다'고 지적했다.


경북대의 신설 지급규정에 구상권 청구조항을 포함시켜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짚었다.이 규정 제7조에 따르면 피해학생 책임에 귀속하는 요양비 지급액을 학생에게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 대한 경찰 무혐의 처분에도 보험지급사인 공제회가 학교 대 학생 책임비율을 5대 5로 산정했다.

권 의원은 "이 사고로 20대 학생 4명 크게 다쳤다. A씨는 전신 80%이상 중증화상으로 생사를 오가고 목과 팔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입도 못 다무는 상태"라며 "앞으로 직업은커녕 기본적 생활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 학생들이 대학원생이라는 특수성상 아직 산재처리도 안 됐다"며 "이는 치료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앞으로 삶의 문제가 우리의 숙제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실질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경북대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 같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폭발사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치료비 지급이 중단된 것에 대해 '학교만의 책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조 의원은 "한 해에 약 100여건 이상의 실험실 사고가 발생한다"며 "1등급 실험실습실의 사고는 감소하는 반면, 2등급 실습실은 증가한다. 학생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실험실습실 환경 및 시설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이 사고는 학교 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립대 설립 주체는 국가이자 정부이다"며 "그럼 정부가 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만 미루고 있는 것도 굉장히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안전의 무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했다"며 "이에 따라 이 문제를 대학에만 일임할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경기 안산시상록구을)은 "사고 피해 학생들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너무 엄격한 규정이다"고 지적했다.김 의원은 "권 의원도 지적했지만 피해 학생의 책임을 묻는 구상권 청구가 있다. 이건 굉장히 엄격한 규정이 아닌가 싶고 국민 정서에 굉장히 반하는 규정이다"며 "구상할 수도 있고 구상 안 할 수도 있다고 평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후임 총장은 학생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구갑)은 사고 발생 시 학생들이 비상 탈출할 수 있는 방안 및 연구종사자 안전 확보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박 의원은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원인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연구종사자 안전보장은 미흡하고 명확한 보상규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연구원은 산재보험 대상자도 아니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법이 정한 보험가입으로 보상과 다양한 혜택을 받지만 학생연구원들은 그렇지 못해 더욱 불안하다.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발의돼 있다. 우리가 국민 관심 속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텐데 대학도 적극적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북대 김상동 총장은 "사실 국립대의 모든 실험실습실 열악하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부나 정부 차원에서 안전에 관심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거점대는 교육이라는 명분에만 매몰되지 말고 연구중심대학으로 핵심 연구를 할 수 있는 특수목적과학기술대처럼 카이스트처럼 그 정도 연구실을 갖춰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 노조와 한국비정규 노조 경북대분회, 경북대 총학생회 등은 이날 국감 시작 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 피해 학생 치료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북대가 미지급 치료비 지급을 위한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예산까지 확정했지만 관련 규정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는데다 앞으로 발생할 치료비에 대한 지급 계획은 들어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감사에서 피해 학생들에 대한 미지급 치료비 지급 계획과 앞으로 발생할 치료비에 대한 계획, 독소 조항 유지 이유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가 대학 실험실에 대한 특단의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사고 발생시 피해 학생이 안심하고 치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학생 연구원들에게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줄 것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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