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20년만에 새로운 총수를 맞게 됐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창업주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부친 정몽구 회장에 이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며 현대차그룹을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다.
다만 정의선 회장의 그룹 주요계열사 보유 지분은 여전히 높지 않다. 순환출자고리로 짜여진 지배구조를 풀어내는 것 역시 현대차그룹의 해묵은 숙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기존 정몽구 회장 중심으로 짜여진 지배구조를 정의선 회장 중심으로 재구축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17.28%)→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기아차(17.2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33.88%)→기아차 ▲현대차(4.88)→현대글로비스(0.6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현대차(6.87%)→현대제철(5.79%)→현대모비스(16.53%)→현대차 등 등 4개의 순환출자로리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핵심 계열사지만 정의선 회장의 지분은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수준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이 외에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오토에버 19.47%, 현대엔지니어링11.72%, 현대위아 1.95% 등을 보유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한 차례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지만 미국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모듈·AS부품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것이었다. 또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모비스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기아차·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한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정의선이 납부해야 할 세금만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엘리엇이 함께 분할·합병비율 등을 문제삼고, 외국계 주주들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현대차그룹은 스스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외환경을 고려할 때 경영에 보다 집중할 때"라며 지배구조개편에 대해 표면적으로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올랐고, 정몽구 회장도 82세의 고령임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지배구조 개편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를 각각 인적분할해 3개 투자부문을 합병,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에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포기해야 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자체 상장과 현대건설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 등이 거론돼왔으며, 최근에는 현대로템과의 합병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에 이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로 11.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외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완공, 중고차시장 진출 등도 정의선 회장의 과제다. 2014년 현대차가 10조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한 신사옥 부지에 GBC를 완공하기 위해서는 3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연기금, 글로벌 투자펀드 등 투자자들을 확보해 GBC를 공동 개발하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기 위축으로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서울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고, 미래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만큼 장기적 투자유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GBC는 2026년 준공 예정으로, 준공 후 20년간 265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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