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국감, '옵티머스 투자' 전파진흥원에 野 집중 공세

기사등록 2020/10/13 18:47:41

옵티머스에 670억 투자해 징계…'솜방망이' 논란

국민의힘 "휴양 보냈나…조치 배경 추적해봐야"

"더 윗선 있는 듯…권력형 게이트 기운 감돌아"

네이버 이해진 증인 출석 놓고 여야 대치 되풀이

野 "방탄국감"에 민주당 "빈총국감" 응수하기도

첫 100% 영상국감…"차관 영상 멈췄나" 해프닝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영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문광호 기자 = 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670억여원을 투자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을 겨냥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특히 투자를 결정한 KCA 관계자에 대한 징계가 억대 연봉과 성과급, 휴양성 전보 조치를 받는 등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며 '윗선' 의혹 제기가 이어지는 등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를 부각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정한근 KCA 원장을 향해 "당시 기금운용 책임자였던 운용본부장 A씨가 기관 징계 받고 옮겨온 곳이 마포 북서울본부이고 1년 넘어서 올해 1월에는 경인본부장에 복직했다"며 "귀양 보낼 사람을 휴양에 보냈는데 징계가 아니라 보상해준 건가"라고 물었다.

앞서 허 의원이 전파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옵티머스 투자를 결재한 기금운용본부장 A씨는 2016년 1월부터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재직했다. A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 670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을 통해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견책 처분을 받아 전보조치됐다가 올 1월 경인본부장에 임명됐다.

2018년 당시 1억1400만원대였던 연봉은 2019년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으로 조금씩 줄긴 했지만 2019년 1억원, 2020년 9200만원 정도를 받았다.

이에 허 의원은 "길거리 국민들 물어보면 이런 징계 받고 싶단 사람 대부분일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같은 당 황보승희 의원 역시 정 원장을 향해 "징계를 받았다고는 하는데 징계 수준이 기금운용본부장과 팀장은 견책, 팀원은 경고 받았다"며 "이분들은 잘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받았는데 합당한 징계라고 판단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한근 원장은 "그 일이 생기고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30일까지 약 13개월간 보직해임 상태에 있었다"며 "당시에는 운용사 관련된 사안을 알지 못해 그 이후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데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영상 국정감사에서 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photo@newsis.com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실한 징계를 들며 옵티머스 사태 유발에 전파진흥원이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허 의원은 "옵티머스 사태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출발이 전파진흥원 종잣돈 투자라는 게 주목할 만하다"며 "징계해야할 사람에게 그런 조치를 한 것은 추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정보통신부 공무원 출신으로 금융권 인사와 친분이 있었고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표와도 친분관계가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하했다.

같은 당 김영식 의원도 옵티머스 사태를 4대 의혹으로 규정하며 관련자 솜방망이 징계를 통한 꼬리 자르기로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 서석진 전 전파진흥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도 요구했다. 황보 의원도 "투자부적격 업체인 옵티머스에 투자한 것인데 향후에도 이런 투자가 이뤄질 개연성이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건 더 윗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온다. 여기에 솜방망이 징계까지 겹친다"며 "여권실세 인사가 거론되고 축소 은폐 의혹이 있는 등 이 내용에 권력형 게이트의 음습한 기운이 짙게 감돌고 있다"고 했다.

정희용 의원은 투자 결정 과정에서의 내부 결재라인을 지적하며  "금액이 그리 큰데도 원장결재가 생략되는 내부기준이 나오고,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었다고는 해도 일선감사가 생략됐고. 제도가 미비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준정부기관에서 운용하는 수백억원이 어떻게 소수에게 왔다갔다 하느냐"고 따졌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간사가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영상 국정감사에서 증인 채택 문제로 야당 의원들과 논쟁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photo@newsis.com

여야는 이날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의 증인 출석을 놓고 대치를 이어갔다.

야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적인 참고인은 거의 합의됐는데 핵심 증인 참고인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고 있어서 국감이 많은 언론이나 국민들로부터 '맹탕국감, 방탄국감, 하명 방패국감'이라는 이런 형태의 비판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이 채택돼도 맹탕국감이라 하는데 어찌보면 '빈총 국감' 같다"고 응수하자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발끈하며 설전이 벌어졌다. 결국 조 의원이 사과하면서 상황이 수습됐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이 박대출 의원을 통해 KBS·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오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국감은 처음으로 100% '영상국감'으로 진행됐다. 과방위원들이 국감장에 자리한 가운데 피감기관측 관계자들은 국회가 아닌 각자의 사무실에서 영상 접속해 질의를 받았다.

영상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장의 답변은 위원들의 맞은편에 있는 모니터로 중계되고 모든 기관장이 동시 보이는 분할 화면으로 진행됐다.

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국감 첫머리에 "오늘 국감은 영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같이 각 피감기관이 모이지 않고 각자 사무실에서 접속하는 완전한 형태의 영상국감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첫 영상국감은 영상과 음향 송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삐걱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발언이 들리지 않거나 큰 소리로 울리는 등 하울링이 발생해 국감 도중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장면이 수차례 되풀이됐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대한 영상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13. photo@newsis.com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정한근 원장의 음향 문제로 국정감사가 잠시 중단된 동안 미동 없이 앉아 있자 영상 오류로 오해한 허은아 의원이 "과기부 차관님 영상이 멈춰있습니다"라고 지적해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허 의원은 머쓱하게 웃으며 "너무 안 움직여서…다행이다"라며 "깜짝 놀랐다"고 말했고, 이원욱 위원장도 "약간의 시각적 착오가 있었음을 양해해달라"며 "조금씩 움직여달라. 차관이 하나도 안 움직이니까 이런 착오가 있다"고 당부 아닌 당부를 전했다.

이에 장 차관은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어서 그랬다. 움직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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