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에선 연령 제한 없이 국가간 공식 경기를 의미
벤투호vs김학범호, 정식 A매치 기준에 부적합
A매치 데이엔 소속팀 의무 차출
A매치 공식 경기 출전 기록 없으면 국적 변경 가능
그러나 두 팀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맞붙지만, 흔히 말하는 A매치(International A Match)는 아니다. 그렇다면 A매치는 무엇이며 성사 조건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A매치와 A대표팀은 무엇인가?
A매치는 축구에서 국가대표팀 간의 공식 경기를 지칭한다. 여기서 확장돼 이제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기종목의 국가대표팀간 경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선 두 회원국이 함께 대표팀을 구성하여 벌인 경기를 국제 경기로 정의하고, 이 가운데 양국이 연령 제한 없이 최강의 대표팀을 출전시키는 것을 A매치로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라 A매치 요건을 충족한 대표팀을 'A대표팀(A national team)'으로 부른다.
국내에서도 A대표팀 또는 성인대표팀으로 지칭한다.
A대표팀은 국적 외에 제한이 없는 해당 국가 축구협회가 인정한 가장 높은 수준의 팀으로 최정예를 의미한다. 국내에선 과거 국가대표를 A팀과 B팀으로 나눠 운영했는데, 1970년대엔 청룡, 백호로 불렀고, 1980년대엔 화랑, 충무로 구분됐다.
참고로 두 국가 중 한 국가만 A대표팀이고, 다른 국가는 A대표팀이 아닐 경우 A매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상대국 중 하나가 FIFA에 등록되지 않아도 A매치가 아니다. 연령 제한이 있는 경기도 A매치가 아니다.
◇벤투호 vs 김학범호, A매치 아니다?
이로 인해 파울루 벤투 감독의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간 평가전은 공식 A매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가 간 대결이 아니며, 상대팀인 김학범호는 연령 제한이 걸린 올림픽대표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몇 번의 사례가 더 있긴 하다.
1985년 1월1일엔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월드컵대표팀과 88올림픽대표팀 평가전이 열렸다. 이땐 올림픽대표팀이 월드컵대표팀을 2-1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두 팀은 같은 해 6월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고, 이때는 월드컵대표팀이 변병주의 결승골로 1-0 승리하며 체면을 살렸다.
당시엔 올림픽대표팀의 연령 제한이 없어 사실상 A대표팀을 두 개로 나눈 개념이었다.
1986년 8월21일에는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동대문운동장에서 올림픽대표팀이 한국 88팀(대표팀 2군)과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한 바 있다.
◇A매치에 관한 규정
FIFA가 주관하는 A매치에는 깐깐한 규정이 적용된다. 우선 A매치를 주최하는 축구협회는 FIFA에 사전 통지 및 사후 보고를 해야 한다. 또 A매치를 통한 수익의 2%를 FIFA에 낼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이 부과된다.
A매치 교체 인원은 친선경기와 월드컵 등 공식전에 따라 다르다. 친선전은 최대 6명까지 가능하며, 공식전은 최대 3명이다. 양 팀의 합의로 인원을 늘려도 A매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A매치는 무효 처리된다.
이밖에 A매치 간 경기 간격은 2일 이상 확보해야 하며, 경기 시작 전 국가제창 역시 FIFA가 지정한 버전을 틀어야 하고 원정팀 국가가 먼저 연주돼야 한다.
FIFA에선 각국 리그 일정을 고려해 대표팀 경기 날짜를 지정한 'A매치 데이(International match day)'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초의 A매치 데이는 2003년 시작됐으며, FIFA 월드컵 본선 및 각 지역 예선과 대륙 선수권대회 등의 일정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다.
여자축구도 남자축구와 같이 '여자 A매치 데이(Women’s international match calendar)' 제도가 있다.
물론 A매치 데이가 아닌 날에도 A매치는 열 수 있다. 다만 FIFA에 사전 통지 등의 절차를 통해야 정식 A매치로 인정된다.
A매치 데이가 아닌 날 A매치 개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A매치 데이가 아닌 날에는 소속팀이 선수 차출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IFA는 A매치 및 연령별 대표 중 하나의 공식 경기에 1번이라도 출전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이중 국적자를 제외하고 국적 변경을 변경해도 나라를 대표할 수 없게 규정했다. 하지만 2009년 규정이 다소 완화되어 FIFA 공식전만 아니면 자신이 가진 국적 내에서 국적 이동을 1회 허용했다.
또 이중국적자라도 공식 A매치에 1번이라도 출전한 기록이 있으면, 다른 나라 대표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독일과 터키의 이중국적자인 메수트 외질(아스널)은 독일 대표팀으로 여러 차례 A매치를 소화해 터키대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국가가 분리 독립하거나 통일이 일어나는 등 정치적인 변화로 새 축구협회가 탄생한다면, 새 축구협회의 국적을 선택해 그 나라의 대표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다보르 슈케르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대표로 뛰었지만, 1992년 유고 내전으로 모국 크로아티아가 독립하면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 대표로 출전해 4강 신화를 이뤘다.
다만 국적 변경을 한 국가에서 18세 이후 5년 이상 계속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이는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에서 성적을 위해 무분별하게 남미나 아프리카 선수들을 귀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A매치로 인정하지 않는 연령별 대표 경기에 출전한 이중국적 선수도 A매치 출전 경력만 없으면 다른 국적의 A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중국적자가 많은 국가에선 어린 선수들의 타국 유출을 막으려고 어린 나이에 A매치 데뷔전을 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가와 클럽 간 선수 차출 갈등
A매치 데이 기간 중 월요일 아침까지 대표팀에 합류해 경기 후 다음 주 수요일 아침까지 클럽에 복귀하는 것이 규정이다.
월드컵 등과 FIFA 주관 대회와 달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은 선수 차출 의무가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차출을 두고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간 갈등이 있었는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선 "클럽은 선수를 올림픽 남자 축구에 보낼 법적 의무가 없다"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2012년 3월 FIFA는 이사회를 열고 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에 출전하는 23세 이하(U-23) 선수의 차출은 클럽에서 거부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다만 24세 이상 선수인 와일드카드는 차출 거부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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