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수전 손택의 삶과 업적

기사등록 2020/10/10 10:35:01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출간

[서울=뉴시스]'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사진 = 글항아리 제공) 2020.10.10.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과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 수전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중

예술을 예술 자체로 경험해야 함을 강조한 미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 수전 손택의 평전이 출간됐다.

수전 손택은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는,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20세기 문화의 중심, 지성의 정점' 등의 별칭이 따른다.

지난달 말 출간된 '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은 그가 2004년 숨진 후 세상에 나온 첫 평전이다. 독일서 비평가로 활동 중인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수전 손택의 일대기를 중요한 분기점에 따라 연대순으로 그리면서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그의 업적을 비춘다.

소설가이자 수필가, 비평가, 극작가,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사회운동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던 수전 손택의 다양한 작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저자가 수전 손택에 관한 여러 인터뷰, 삶의 기록, 주변의 증언 등을 토대로 기존 알려졌던 수전 손택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들까지 조명한 점이 돋보인다. 단호함 뒤에 가려진 우유부단함, 당당함을 떠받치던 불안과 두려움 등 있는 그대로의 수전 손택을 선보여 그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다 매력적으로 담았다.

수전 손택은 1962년 당대 유명 시사지 '파르티잔 리뷰'에 '캠프에 관한 단상'이란 글을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위문화로 취급돼 사회 변두리에 놓여 있던 캠프 문화를 새로운 감상형태이자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체험 방식의 하나로 소개했다.

1966년 발표한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는 초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예술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예술을 그 자체로 경험해야 함을 강조했다. '사진에 관하여'와 '은유로서의 질병' 등도 주목되는 저작물들이다.

그는 인권과 사회 문제에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지금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기고를 통해 미국의 은폐된 역사와 베트남 전쟁의 허위, 아메리칸 드림의 실상을 폭로했다.

그가 국제 펜클럽 미국지부 회장을 맡았을 때인 1988년에는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구속 문인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으며 1993년 내전 중인 사라예보에 가서 사라예보 사람들에게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공연해 전쟁 속에서도 예술을 창조하고 감상할 수 있음을 선보였다.

9·11 테러 당시 미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사이비 전쟁을 위한 사이비 선전 포고'를 그만두라고 부시 행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자신의 명성과 영향력을 활용해 비평가로서, 정치적 급진주의자로서, 실천하는 문학가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한 '최후의 지식인'으로 불린다.

그는 생전 출간했던 에세이 '타인의 고통'에서 현대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전쟁이나 재난 등 고통의 이미지에 길들여졌음을 지적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연민할 뿐 공감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연민을 멈추고 공감을 일깨울 것을 강조했다.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당장 달려갈 수 있는 용기,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또는 하려는 태도 등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끝으로 아홉 권의 에세이집, 네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단편집, 몇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희곡, 완성하지 못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남기고 타계했다. 사후 에세이집 '문학은 자유다'와 두 편의 일기 '다시 태어나다',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 등이 출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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